1239화
“……”
완전히 무시당한 하준은 심기가 불편했다. 한참을 부루퉁하게 있던 하준이 입을 열었다.
“어젯밤 나한테 착착 감겨들 때랑은 말이 다르잖아. 어제는…”
“됐어, 그만!”
여름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말을 끊었다. 어제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던 상태였다. 오글거리는 멘트를 잔뜩 내뱉었음이 분명했다.
“그래, 그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이거 좀 봐봐.”
하준은 양유진의 영상을 여름에게 보여주었다.
처음에 분노로 가득하던 여름의 얼굴이 뒤로 갈수록 무덤덤해졌다.
양유진의 뻔뻔함은 이미 수도 없이 겪은지라 이 상황이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이런 인간과 결혼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한스럽고 짜증 날 뿐이었다.
심지어 최하준 앞에서 양유진이야말로 자신이 평생 믿고 사랑할 사람이라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도끼로 제 발 찍은 격이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 양유진은 좋은 남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안 믿더니….”
하준이 원망했다.
“당신은 완전히 그 녀석 술수에 넘어가 있었으니 그 녀석 말이라면 껌뻑 죽었겠지.”
“……”
여름은 진땀이 났다.
익숙한 대화였다. 전에 자신이 하준에게 빈정댈 때 했던 말이다.
‘내가 저 소리를 되돌려받게 될 줄이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여름은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나야 최면에 걸린 거였고 양유진은….”
괴로워하는 여름의 짜증섞인 모습에 하준은 더 얘기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여름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준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가 뭐, 속고 싶어서 속았나? 양유진이 전에 나 대신 칼을 맞는 바람에 그랬지.”
그때 여름 때문에 양유진이 신장까지 잃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여름을 위해 희생했던 사람은 없었다. 최하준도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양유진같이 비열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 정말 당신을 위해 신장을 잃었을 거라고 생각해?”
하준이 반문했다.
여름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뒤의 일들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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