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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빌어먹을! 최하준은 태어나서 이렇게 화가 나기는 처음이었다. 여름은 무서워서 다리가 덜덜 떨렸다. 울고 싶지만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여기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 잘못이에요… 실망이라면… 미안해요. 그러니까 좀 놔주세요.” 여자의 얼굴에 깊은 두려움이 스쳐가는 것을 최하준은 보았다. 커다랗고 그윽한 눈망울이 자신의 고양이를 닮았다. 최하준의 마음이 고통으로 무너졌다. 처음으로 가슴 뛰게 한 사람이 이렇게 완벽하게 나쁜 인간이였다니! “가!” 최하준은 분을 참지 못하고 여름을 힘껏 밀쳤다. 여름이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시죠.” 넘어질 때 바닥에 부딪친 무릎이 아파 죽을 지경이다. 아픈 무릎을 잡고 겨우 일어섰을 때 여름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오만 아니었어도 안 왔어요. 이렇게 업 다운이 심한데 누가 그런 성격을 견딜 수 있겠어요!” 여름은 말을 마치자마자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최하준은 머리 속에서 팽팽한 줄 하나가 툭 끊어진 느낌이었다. 테이블 위에 남겨진 국수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요 며칠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을 생각하며 애꿎은 컵을 던져 깨뜨려버렸다. 컵을 깨뜨리고 나니 오히려 허탈하고 심기가 불편해졌다. ‘왜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나를 못 견디겠다? 진짜로 자신이 한 달콤한 말들은 전혀 기억 못하는 걸까? 표정도 눈빛도 모두 거짓이었나? 좋다. 다시는 강여름이 돌아오지 못 하게 하겠어.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절대로 상대하지 않을 거다.’ 화를 내면서 국수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제길… 엄청 맵잖아!’ 매운 걸 먹으니 또다시 위장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경련보다 더 아픈 건 최하준의 마음이었다. . ****** 여름이 돌아왔다. 윤서는 집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온 걸 보고는 농담을 던졌다. “에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걸 왜 나갔어? 자고 올 줄 알았더니.” “무슨 소리야. 나는 지오가 걱정돼서 가본 거라고.” 지오가 생각나자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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