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이서현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면봉을 꺼내어 포장을 뜯고 하나 집어 들어 물을 묻힌 후 김강인의 입술에 조심스럽게 떨어뜨렸다.
이 행동을 반복하니 김강인이 미간을 찌푸리다 천천히 두 눈을 떴다.
“무... 물...”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서인지 김강인에게서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이서현이 황급히 컵을 들고 빨대 끝을 김강인에게 건넸다.
“천천히 마셔, 사레들리지 않게.”
김강인이 빨대로 물을 조금씩 마시고 5분 후에야 고개를 돌려 이서현을 바라보았다.
“다친 곳이 없는지 의사한테 진찰받았어?”
그는 자신이 황산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이서현에게 튀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눈이 동그래진 이서현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서현은 김강인의 등에 둘린 거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삼촌은 많이 다치셨으니 한동안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인하국에서 요즘 디자인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던데 지금 상태로는 못 가겠죠?”
최근 몇 년 동안 디자인 업계에서 김강인의 위상은 급상승했고 그는 규모가 비교적 큰 대회에는 꼭 참석하고는 했다.
최근 이서현도 인하국에서 곧 열릴 디자인 공모전을 홍보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김강인은 이서현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하국에서 개최하는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할 생각 없었어. 다쳤으니 마침 충분히 쉬려고.”
이서현은 김강인이 자신을 위해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반쯤 농담으로 말했다.
“저 때문에 다쳤으니 제가 돌봐야죠. 어때요?”
김강인이 눈빛을 반짝였다.
“나야 영광이지.”
김강인이 답을 얻은 이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점심 드셨어요? 못 드셨으면 영양식 좀 사 올게요. 오늘은 시간이 촉박하니 집에 가서 밥 해올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 내일부터는 가능해요.”
이서현의 말을 들은 김강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요리도 할 줄 알아?”
그러나 그는 이서현과 김도하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 말을 꺼낸 걸 후회했다.
애초에 김도하에 대한 애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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