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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이서현도 김도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보고 살짝 놀란 건 맞지만 아주 잠깐일 뿐 곧이어 모든 감정이 혐오감으로 바뀌었다. “더러워요.” “임태연이랑 입 맞췄던 그 더러운 입술로 나한테 키스하지 마요. 아이를 낳아달라는 역겨운 말도 하지 말고요.” “도하 씨는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김도하의 가슴에 깊이 꽂혔다. 김도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더니 여전히 뻔뻔스럽게 물었다. “그럼 누가 자격 있다고 생각해? 온지성? 김강인?” 그는 온지성과 김강인처럼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이 이혼녀와 결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했고 이서현과 결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확신했다. 이서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한때 김도하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그건 도하 씨가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도하 씨는 아니라는 거예요.” 말을 마친 이서현은 김도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 시각 거실에서 과일을 먹고 있던 김수영은 이서현을 보자마자 재빨리 손짓했다. “언니, 방금 사 온 자두 좀 드실래요?” 이서현은 감정을 추스른 후 미소를 머금고 김수영을 향해 걸어갔다. “좋아요.” 이서현은 우아하게 김수영 옆에 앉아 자두 한 개를 집어 들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에 넣었다. 김수영은 심란한 표정의 이서현을 보고선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물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이서현이 고개를 저으며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위층 문이 벌컥 열렸다. 곧이어 미처 상처를 치료하지 못한 김도하가 이마에 피를 흘리며 나타났고 그 모습을 본 김수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빠, 왜 그래?” “머리는... 어떻게 된 거야?” 말없이 아래층으로 내려온 김도하는 김수영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이서현을 향해 걸어갔다. 이를 본 이서현은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 ‘갑자기 왜 내려온 거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러는 거야?’ 이서현은 긴장되는 듯 마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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