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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이서현은 어이가 없어 눈을 희번덕이며 고개를 숙였고 때마침 문손잡이를 잡고 있는 김도하의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친 건 등이고 손은 멀쩡하잖아요. 왜 혼자 볼일을 못 본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방금 그 손으로 문 닫았잖아요. 못 봤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짓말이 들통났는데도 김도하는 당황한 기색 없이 뻔뻔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루에 2억인데 도와달라는 게 뭐 어때서?” “싫어? 싫으면 지금 당장 서 비서한테 연락해서 돈 빼라고 할게.” 김도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협박했다. 그 말을 들은 이서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쁜 자식.’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그녀는 마지못해 표정을 풀고 아부를 떨었다. “대표님을 위해 하는 일인데 싫을 리가 없죠. 물불 안 가리고 다 할테니 마음 편히 시켜만 주세요.” 말이 끝나자 김도하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더니 손가락으로 벨트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다른 부탁은 없으니까 벨트만 풀어줘.” 몸을 돌린 이서현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다가갔고 눈을 감은 채 재빨리 벨트를 풀어줬다. 김도하는 부끄러워하는 이서현의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더니 비꼬듯이 말했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만져본 적도 있잖아.” 이서현은 민망함에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김도하가 변기 앞으로 다가가자 이서현은 이때다 싶어 도망치듯 재빨리 화장실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김도하는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이서현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이 정도 반응이면 6억 쓸만한 가치가 있네.’ 김도하는 이서현을 놀리는 것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몇 분 후. 볼일 마친 김도하는 화장실 문을 열더니 문틈으로 목청껏 소리쳤다. “이서현. 나 끝났으니까 얼른 와서 업어줘.” 이제 이서현은 김도하의 목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질끈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볼을 만져보니 어느새 많이 진정된 것 같았다.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난 이서현은 힘없이 걸어가 김도하 앞에서 몸을 숙이고선 무뚝뚝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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