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참 악질스러운 요구였다. 정상인이라면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는가?
이서현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김수영이 말을 보탰다.
“역시 좀 그렇죠? 제가 간병인을 알아볼게요. 오빠도 버티지 못하겠으면 수긍하겠죠.”
이서현은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아가씨. 제가 가서 확인할게요.”
김도하의 꿍꿍이가 궁금해서라도 그녀는 올라가 보고 싶었다.
이서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위층에 올라가서 김도하의 방에 들어섰다. 김수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장인하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인하 씨, 우리 오빠 죽으려고 환장한 건 아니겠지? 신종 자살법인가?”
김도하는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먼저 배신한 아내에게 간호를 요구하다니 말이다. 그녀가 이서현이었다면 약에 독이라도 탓을 법한 상황이다.
장인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따르며 말했다.
“그건 또 모를 일이지.”
...
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 있는 김도하가 보였다. 미라처럼 붕대를 감은 그는 비인간적인 공포를 풍겨냈다.
이서현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씨 말로는 도하 씨가 저를 찾았다면서요? 도하 씨는 양심도 없어요?”
김도하는 힘들게 몸을 틀어서 이서현과 눈을 마주쳤다.
“상처가 심해서 간호가 필요해. 근데 다른 사람한테는 내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너 말고 도움 청할 다른 사람은 없어.”
이서현은 무심하게 한 이름을 내뱉었다.
“임태연 씨는요?”
김도하는 여전히 뻔뻔하게 대답했다.
“넌 내 서류상 아내야. 날 간호하는 것도 당연하지. 내가 라움빌딩 옆에 23층짜리 빌딩을 선물한 걸 봐서라도 좀 도와주면 안 돼?”
이서현은 약간 흔들린 듯한 태도로 말했다.
“안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뭐?”
이서현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이었다.
“값은 따로 받을 거예요...”
“...”
그녀가 이 정도로 돈을 좋아할 줄은 몰랐던 순간이다.
“저희는 어차피 곧 이혼할 사이니까요. 도하 씨가 바람피운 것도 세상 사람 다 알 텐데, 제가 거절해도 당연한 거 알고 있죠? 알아서 선택해요.”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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