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김강인의 체온이 담긴 약병은 아직도 따듯했다.
“네가 안 따라올 줄 알았어. 근데 괜찮아. 나한테 마침 약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있으니까. 이거 새거야. 너한테 줄게.”
말을 마친 김강인은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훌쩍 떠나버렸다.
이서현은 자그마한 약병을 조용히 바라봤다. 말로 이루 형용하지 못할 감정이 가슴이 꼭 들어찼다.
남자도 마음만 있으면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알아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녀의 다친 손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이서현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씁쓸한 느낌을 억누르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김도하는 처음부터 이서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돌려진 적이 없었다. 그녀가 약병을 아주 소중하게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화부터 치밀어 올랐다.
그는 성큼성큼 이서현의 앞으로 가서 비웃음 서린 미소를 지었다.
“뭐야? 지금 이 따위에 넘어가서 감동이라도 받았다는 거야? 설마... 진짜 내 숙모가 되려는 건 아니지?”
김도하는 일부러 ‘숙모’ 두 글자에 힘을 줘서 비웃었다. 약병은 힘껏 빼앗아서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뒤로 휙 던져버렸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약병이 산산이 조각났다. 안에 있던 연고도 도자기 조각을 따라 바닥에 흘렀다.
이 장면을 본 이서현은 잠깐 넋이 나갔다가 눈을 크게 떴다.
“네가 뭘 좀 모르나 본데, 우리 집안은 중고 물품을 취급하지 않아. 김강인이 어떤 사람이고, 네가 어떤 사람이야. 나랑 이혼하고 김강인이랑 결혼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라면 꿈 깨. 너한테는 그럴 자격 없으니까.”
김도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비수가 되어 이서현의 심장에 꽂혔다. 잠깐 사이에 이서현의 심장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손을 들더니 김도하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짝!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안색이 전부 변했다.
“언니...”
김수영이 입을 열자, 장인하가 눈치 빠르게 막았다.
“수영 씨, 남 부부 일에 끼어드는 거 아니야.”
장인하도 놀란 듯 이서현을 힐끗 봤다. 그러고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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