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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그래요. 사진은 4년 전 자선 행사에서 찍었어요. 이제 됐죠?” 김도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날 도촬한 거야?” 이서현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누구나 외모만 보고 혹할 때가 있잖아요?” 김도하가 피식 웃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나랑 결혼한 것도 날 좋아하기 때문이지?” 이서현이 마치 농담이라도 들은 듯 경멸이 담긴 냉소를 지었다. “그렇다 쳐요.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도하 씨한테 관심 없어요.” 3년간의 결혼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사랑이라면 지긋지긋했다. 김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화제로 바꾸었다. “내일 아침 데리러 갈 테니까 같이 본가로 가자. 내 체면 깎아내리지 말고 옷 좀 잘 차려입고 와.” 김도하가 신신당부했다. 김씨 가문은 가풍이 워낙 엄한지라 설령 명목상 아내일지언정 예외는 없었고, 사모님으로서 체통을 지켜야만 했다. 지난 3년 동안 이서현은 이런 규칙적인 틀에 얽매여 살았다. 과거의 울적한 기억이 떠오르자 위화감과 거부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최대한 꾸며볼게요.” “그래, 잘 자.” 말을 마친 김도하는 이서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뚝 끊었다. 시꺼멓게 꺼진 화면을 바라보며 그녀는 한참을 넋을 잃더니 그제야 침대에 올라가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이서현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나서 화장대에 앉아 정성껏 화장했는데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곧이어 거울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메이크업이 어디 부족한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흰색 원피스를 골라 입었다. 김씨 가문은 집안 모든 여성이 단아하면서도 소탈하고, 온화함과 동시에 현명하며 또한 과하지 않는 메이크업을 지향했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스타일링은 김씨 가문의 미적 기준에 딱 맞았다. 이서현이 준비를 마치는 찰나 김도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내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도착했어요?” 그리고 말을 이어가면서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집 앞에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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