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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김도하는 이서현을 향해 위아래로 훑어보며 탐색하듯 바라보았다. 이서현은 그 시선을 불쾌하게 느끼며 따져 묻는 듯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김도하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왜 몰라봤지? 김도하가 이렇게 쉽게 흥분하고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이서현의 말은 조금 가라앉았던 김도하의 화를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이서현,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은 거야? 우리는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네가 지금 이 꼬마를 데리고 와서 밥을 먹고 있잖아. 여기서 밥 한 끼 먹는 데 80만 원은 될 텐데, 쥐꼬리만 한 네 월급 100만 원으로 이 돈을 감당할 수 있어? 결국 네가 이 꼬마에게 쓴 돈도 내가 준 돈 아니야?” 김도하의 말에 이서현의 수치심을 건드렸다. 이서현은 김도하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김도하 씨, 우리가 결혼한 이후 도하 씨가 제게 줬던 검은색 카드는 서재 책상 서랍에 그대로 있을 거예요. 그 안에 든 돈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 카드는 당신 휴대폰 번호와 연동되어 있어서 그 카드를 쓰게 되면 도하 씨에게 알림이 가잖아요.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서 비서에게 전화해서 카드 잔액과 사용 명세를 확인해 봐요.” 이서현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김도하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김도하 씨, 만약 서 비서가 그 카드 잔액을 확인하고 제가 도하 씨의 돈은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면 오늘 오후에 이혼하러 갑시다.” 김도하는 이서현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서현,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 이혼하고 나서 이 꼬마랑 결혼하려고?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이혼은 없을 거야.” 임태연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김도하의 손을 꽉 잡았다. 김도하가 이서현과 이혼하지 않으면 그녀는 김도하는 영원히 함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하 씨, 서현 씨도 어려운 결정을 했을 텐데... 더는 억지로 붙잡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억지로 맺어진 인연이었잖아.” 임태연은 김도하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도하는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연아, 이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임태연이 간만에 이치에 맞는 말을 하자, 이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하 씨, 태연 씨 말이 맞아요. 처음부터 도하 씨가 원치 않았던 결혼이었잖아요. 이제 내가 겨우 내려놓고 도하 씨를 놓아주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고집부리는 거예요? 계속 끌어봤자, 우리 둘 다에게 좋을 게 없잖아요...” 김도하는 이를 갈며 말했다. “내 맘이야. 이혼 못해.” “...” 이서현은 김도하가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더는 실랑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하정우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본 후 다시 자리에 앉혔다. “많이 놀랐지? 미안해. 내가 잘못해서 너까지 휘말리게 된 거야.” 하정우는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서현 누나, 그건 절대 누나 잘못이 아니에요...” 그때 안윤아가 돌아왔다. 김도하와 임태연을 본 안윤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여기서도 또 이것들을 보게 될 줄이야...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네.” 안윤아의 목소리는 크지도 않았지만, 김도하와 임태연은 그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김도하는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윤아 씨, 우리도 여기서 밥 먹으려고요. 테이블에 여유 있어 보이는데 합석해도 될까요?” 임태연은 쭈뼛대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하 씨, 여기 자리가 충분히 남아 있는데 굳이 서현 언니랑 같이 앉을 필요는 없잖아. 괜히 서로 식사하는데 방해 될 텐데...” 임태연의 시선은 자꾸 이서현과 하정우에게 머물렀다. 그 시선의 의미는 분명했다. 안윤아는 눈을 굴리며 비웃었다. “임태연, 우리 서현이랑 너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왜 자꾸 언니라고 부르지 마. 그리고 아까 명품 가게에서는 엄청 당돌하더니, 왜 갑자기 순한 양처럼 굴고 있어? 너 차라리 배우로 전향하는 게 어때? 여우주연상은 떼놓은 당상이겠어.” 안윤아는 거침없이 임태연을 비난했다. 어차피 두 사람은 모두가 아는 앙숙 사이였다. 김도하가 옆에 있어도 안윤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임태연은 김도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울먹였다. “도하 씨, 저 여자 좀 봐...” 김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윤아 씨는 원래 모난 성격이니 그냥 무시해.” 그때 웨이터가 안윤아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다. 김도하는 그 순간 벌떡 일어나 웨이터에게 말했다. “우리도 여기서 같이 먹을게요. 방금 이 테이블에서 주문한 것과 똑같은 걸로 주세요.” 김도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서현 옆에 앉았고 임태연은 하정우 옆에 앉았다. 이서현과 안윤아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서현은 김도하를 째려보며 다시 자리에서 나이프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잘라 하정우에게 건네려고 했다. “스테이크 자르는 게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미리 잘라 놨어. 이 집 스테이크 맛있으니까 먹어봐.” 그 순간, 김도하가 있는 힘껏 이서현의 팔꿈치를 밀쳤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스테이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서현은 화난 표정으로 김도하를 바라보았다. “김도하 씨, 이건 또 무슨 짓이에요?” 김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미안! 실수로 그랬어. 내가 다시 하나 시켜줄까?” 이서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시킬게요. 괜히 도하 씨가 돈을 쓰게 했다가 또 어떤 트집이 잡힐까 걱정되네요.” 이서현의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공기 중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정우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나,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이 스테이크는 제가 직접 자를게요.” 하정우는 서툴게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안윤아는 자리를 옮겨 하정우 옆에 앉아 그를 도와 스테이크를 잘랐다. 이서현은 안윤아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까 떨어진 스테이크는 못 먹겠네. 내가 다시 시켜 올게.” 이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도하를 지나쳐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임태연도 뒤따라 나서며 말했다. “도하 씨, 나도 가서 우리가 시킨 음식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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