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장

이 모든 것을 이해한 강이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깊고 음산한 죽음의 늪처럼 무서운 기운을 풍겼다. 육서진은 실질적인 권한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문제였다. 육서진은 늘 자유분방하게 행동했고 종종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뻔뻔한 방식으로 강이준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었다. 강이준이 생각했을 때, 자신을 괴롭히고 싶어 할 만한 사람은 육서진 외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시연이가 육서진이랑 더 이상 가까지 지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어.’ 그날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 그리고 이시연이 환하게 웃으며 다른 남자를 올려다보는 장면만 떠올려도 강이준은 질투심에 미칠 것 같았다. ‘시연이는 자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 건가? 어떻게 그렇게 남자한테 웃어 보이며 말을 할 수 있지?’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이를 감추고 여전히 다정한 표정을 유지했다. 역시 연기 대상 수상자답게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모습이었다. “시연아, 내 호의를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어.” “그래, 시연 씨. 이거 정말 좋은 기회인데 왜 거절하는 거야?” 서준태가 거들며 말했지만 이시연의 태도는 단호했다. “저는 지금 맡고 있는 신인 두 명이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애초에 맡기로 한 이상 전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야 해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제 선택이니까 대표님과 강 배우님께서 제 생각을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 순간 강이준은 화를 낼 뻔했다. ‘무슨 존중? 그딴 게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자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그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야?’ 그러나 강이준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미 이시연과의 관계가 나빠질 대로 나빠졌기에 더 이상 그녀를 몰아붙였다가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게 분명했다. “좋아. 지금은 바꾸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나중에 힘들거나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지면 언제든 말해.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너를 충분히 책임질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