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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계속 울리는 핸드폰에 강이준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아예 무음으로 해놓았다. 지금은 장아라를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그는 이시연이 이 둘의 인연을 맺어주는 자물쇠를 끊어버렸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이시연의 마음속에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강이준은 마스크로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바로 하백산으로 올라갔다. 하백산 등산코스가 반은 케이블카로, 반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그는 케이블카에서 내려 계단을 타면서 이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재중으로 뜨는 것을 보니 블랙 리스트에 넣어둔 것이 틀림없었다. 카톡으로도 연락이 안 되어 마지못해 핸드폰을 거두었다. 분명 산꼭대기가 가까워 보이는데 이미 땀에 흥건히 젖어 다리, 무릎, 그리고 발바닥마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강이준은 손에 쥐고 있는 정장 외투가 걸리적거리는지 아예 한쪽에 내팽개쳤다. 무 개념적인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함께 놓여있는 정장 외투는 경치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강이준의 등은 흠뻑 젖어있었고, 넥타이마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땀도 흘리고, 바람도 불어서인지 아침에 숍에서 만진 머리 스타일마저 망가지고 말았다. 땀은 볼을 타고 계단에 떨어져 곧 증발했다. 삼복더위 날씨에 땀을 줄줄 흘리긴 했지만, 마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어질어질한 상태로 걸어 올라가던 도중에 튀어나온 바위 때문에 길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땀이 눈 안에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어지러워서 계단을 잘 확인하지 못해서인지 그만 말을 헛디뎌 휘청거리고 말았다. 옆에서 쉬고 있던 등산객이 깜짝 놀라면서 부축하려던 순간, 다른 한 남자가 재빨리 다가가서 부축했다. 일반 등산복을 입고 있는 그는 온갖 고생을 다 한 표정이었다. 강이준은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이고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했다. 목에서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강이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송민준은 고생을 사서 하는 강이준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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