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날씨가 너무 더워 목덜미의 옷이 조금씩 젖어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젖은 옷이 피부에 닿으며 시원하게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이시연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땀을 닦아냈다.
잠시 한가해졌을 때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그녀는 주예은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시연 언니, 지성 씨가 다쳤어요. 빨리 와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거의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당황하지 마, 바로 갈게.”
이시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예은은 성격이 차분하고 온화한 사람이라 큰일이 아닌 이상 이렇게 떨리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급하게 유도현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한시라도 지체할 새 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임지성은 촬영 도중 다쳐 버렸다. 마침 장아라와의 대결 장면에서 말이다.
그 장면은 높은 무대 위에서 진행되었고 남자 조연인 임지성이 여주인공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원래는 쓰러져 있는 장면만 찍을 예정이었는데 촬영 중 임지성이 아래에서 올라오다가 장아라가 어떤 이유로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그를 밀친 것이다.
무방비 상태였던 임지성은 발을 헛디뎌 수십 계단을 굴러 내려가게 되었고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 여기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넘어질 수 있냐고요!”
이시연이 그곳에 다가가기도 전에 주예은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아라는 눈물을 흘리며 심장을 움켜잡고 마치 아주 괴로운 듯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예은 씨, 저는 알아요. 지성 씨랑 친한 친구인 거. 저도 지성 씨가 저 때문에 다쳤다는 걸 알고 너무 자책하고 있어요. 그래도 아무리 제가 미워도 이런 억울한 누명을 씌우면 안 되는 거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걸요. 감독님도 있고, 이준 오빠도 여기 계시잖아요. 제가 어떻게 고의로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지성 씨와 제가 무슨 원한 있다고 해치려 하겠어요?”
강이준은 거의 쓰러질 정도로 울고 있는 장아라를 부축하며 굳어진 얼굴로 주예은을 노려보았다.
“그런 말을 할 증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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