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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장

상대 여배우 측에 연락해 두 사람의 관계를 해명할 생각도 했지만 그쪽에서는 커플 팬들이 등을 돌릴까 봐, 아니 오히려 역으로 공격할까 봐 걱정했고, 무엇보다 여자 측에서는 커플 팬들의 영향을 심하게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협조하지 않으려 했다. 반예준은 상대 여배우와 바로 얼굴을 붉히며 싸울까 생각도 했지만 그에 비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컸고 여성 측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이준이 먼저 다가왔을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 하지만 서서히 이시연과 친해지면서 진심과 열정이 가득한 그녀를 보며 도저히 상처 주는 짓을 할 수 없었다. “이미 게임은 시작됐고 계속하고 싶지 않아도 멈출 방법이 없어. 어차피 이시연은 네가 일부러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애매한 각도를 만들어 영상을 찍게 했다는 걸 알 텐데 그때 가서 손에 있는 대본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반예준이 제 자리에 멈춰 서며 옆구리에 늘어뜨린 손은 주먹을 꽉 쥔 채 힘을 주어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이건 내 일이니까 더는 신경 쓰지 마요. 당신과 나 사이의 협력은 여기서 끝이에요.” 사람들 앞에서는 늘 온화했던 그의 말투가 이 순간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강이준은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고 중간에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침 집에 도착한 이시연은 매니저 김연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시연 씨, 반예준이랑 오늘 오후에 만났어요?” 휴대폰을 잡은 이시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 퇴근할 때 저를 찾아와서 아래층에서 몇 마디 나눴어요.”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영상으로 찍혀서 폭로되었는데 반예준이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았을 리가. 이시연의 입꼬리가 조롱하듯 말려 올라갔다. 그녀는 그에게 기회를 줬다. 여배우를 언급하면서 분명히 자신이 모든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반예준은 여전히 두 사람이 만난 모습을 퍼뜨렸고 두 사람의 만남은 은밀한 데이트로 조작되었다. [이시연을 그냥 내버려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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