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장
강이준은 이시연을 보는 순간 그녀가 후회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낯선 땅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겠나.
눈 밑의 행복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옆에 서 있는 허정민을 발견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흰색과 분홍색 캐리어에 강이준은 그 중 분홍색 가방이 이시연의 것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강이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음침하게 달라붙어 사람을 질식하게 하는 진흙 같았다.
그가 이시연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허정민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그의 시야를 가린 뒤 능청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네 매니저는 이제 내 거야.’
그런 도발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고, 강이준은 일그러진 얼굴로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시연은 그렇게까지 자기 발목을 잡고 싶은 걸까.
자신이 라울 작품의 오디션을 본다는 걸 알면서 자존심을 굽히고 찾아갔을 땐 무심한 척, 관심 없는 척하다가 뒤돌아선 허정민과 함께 이곳에 왔다.
그녀는 자신이 허정민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면서 한번, 두 번, 끊임없이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화가 난 그를 매니저가 말렸다.
“이준 씨,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요. 지금은 오디션이 제일 중요하고 이런 사적인 일로 기분 망치면 안 돼요.”
“그쪽...”
허정민은 무표정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래서 이시연이 여기로 오면 안 된다고 했던 거다.
쓰레기 같은 놈을 보고 괴로운데 외부인인 자신 앞에서는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 하니 말이다.
허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어차피 연예인도 아니고 알아보는 사람 없어요.”
이시연은 여기서 마주칠 걸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 몰랐던 터라 재수가 없다며 생각했고 깊이 생각에 잠기다 보니 허정민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무표정하게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간 그녀는 상대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요.”
허정민은 눈을 깜빡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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