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장
손을 들어 두 눈을 가린 이시연은 한심한 눈빛을 감췄다.
“시연아, 고집 좀 그만 부려.”
강이준은 여전히 조롱 섞인 그녀의 입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았다는 건 다 알잖아. 좋았든 나빴든 예전 일은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게 어때?”
“아니!”
이시연은 손을 내려놓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처음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소리쳤다.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며 늘 부드러웠던 눈매가 이 순간만큼은 서리가 내려앉은 듯 차갑고 매서웠다.
“강이준, 네가 번번이 다른 여자 때문에 날 버렸을 때부터 우린 이미 예전과 달라졌어!”
살짝 올라간 눈매에 하얀 조명이 비추자 싸늘한 눈동자가 돋보이며 마치 인간 세상에 내려온 눈의 요정처럼 예쁘고도 차가워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냥 넘어간 적도 있고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아닌데 결국 어떻게 됐어? 강이준 네가 선택한 길이야. 네가 우리 관계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내려놓으라고, 다시 시작하자고? 웃긴다고 생각 안 해?”
멀리서 똑바로 서 있는 이시연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동정이 가득했고 강이준은 순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난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그는 여전히 변명을 둘러댔고 이시연의 차가운 눈동자엔 조롱이 담겼다.
강이준은 그날 술김에 장아라와 하룻밤을 보냈던 일을 떠올리며 다시 말을 바꿨다.
“적어도 우리 헤어지기 전까지 난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그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이시연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무심하게 대꾸하는 여자의 차가운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시연은 사실 그가 하는 말이 더 이상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강이준은 마음속으로 짜증이 났고, 가슴 속 무력감이 그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시연아, 더 이상 나와 싸우려 하지 마. 계속 이런다고 너한테 좋을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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