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장
전지유는 오랫동안 해외에 있었던 탓에 해외 문화 영향을 받아 더 털털했고 선량한 속내는 변함이 없어도 언제든 사람을 불태워 재로 만들 가능성은 있었다.
밝고 솔직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강이준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본 전지유가 다시 물었다.
“그 대본 봤어요?”
말투는 그저 가볍게 던진 질문인 듯 대수롭지 않게 들렸다.
당연히 강이준은 수준에 맞지 않은 대본이라 눈에 차지 않았고 계약을 가져온 여자도 해고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전지유는 저쪽을 가리켰다.
“오늘 작품이 내가 준 대본인데 가서 볼래요? 전 이시연 씨 믿어요. 오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만난 것도 이번이 두 번째인데,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지유의 말을 들으며 강이준은 이 대본을 받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더욱 느꼈다.
이시연을 감독으로 쓰는 작품인데 수준 높은 대본 일리가.
강이준은 눈을 들어 멀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이시연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조롱하듯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가서 보죠.”
그는 이시연이 어떻게 굴욕을 당하는지 궁금했다.
재언 그룹 스태프들은 아가씨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알아서 좋은 자리를 양보했다.
강이준이 이 대본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단지 그의 오만함 때문은 아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더 높은 수준의 대본이었다면 이런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을 테고, 분명 대본에 어울리는 거물급 감독을 선택했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신인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전지유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이전에는 그녀도 너무 모험하는 건 아닐지 고민했지만 이시연의 자신감 있고 담담한 태도를 보며 전지유는 자신이 옳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연의 차례가 되자 그녀는 사람들에게 소품을 다시 조정하고 배우들에게 동선과 말할 때 표정, 행동들을 알려준 뒤 촬영을 진행했다.
업계 사람이 아니었던 전지윤은 잘 알지 못했지만 강이준은 이시연의 지시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일이 끝나고 이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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