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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이시연이 재빨리 다가왔다. “선생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부드럽게 웃는 그녀는 검은색 긴 생머리를 고무줄로 낮게 묶고,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더욱 청순해 보였다. “어머, 그쪽이 선생님이 그렇게 칭찬하던 제자인가요? 말로만 듣다가 이제야 만나네요. 선생님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어도 이렇게 온화한 모습은 처음이에요.” 영화의 연출을 맡은 총감독 유도현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김건국의 제자였고 두 사람은 항상 최고를 향해 노력하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똑같았다. 그러나 유도현은 운이 좋지 않아 두 차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다크호스에 의해 두 번째로 밀렸고 중간에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도 있어 적지 않은 돈을 잃었다. 다행히 실력이 있었고 집안 배경도 튼튼해 이번에 복귀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과 자원을 받으며 김건국까지 데려온 거다. 이시연도 그를 존경했기에 정중하게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저희한테 유 감독님 칭찬도 많이 하셨어요.” 이에 김건국은 허허 웃으며 옆으로 끌어당기고 대놓고 그녀의 기를 살려주었다. “관계로 따지면 선배라고 불러야지. 내가 없을 땐 무슨 일 있으면 얘를 찾아가. 얘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몇 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건국이 그녀를 옆으로 불렀다. “시연아, 할 말이 있어.” 고개를 숙인 그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학생 같았고 한 마디에 이시연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선생님, 무슨 말씀하실지 알아요. 선생님과 이모 뜻도 잘 알지만 그래도 실망하게 할 수밖에 없네요. 저랑 강이준은 이제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김건국은 여전히 머뭇거렸지만 단호하고도 당찬 그녀의 모습을 보니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곧 그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사람이 이어주는 걸 말렸을 텐데.”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탓한 적 없어요. 저랑 강이준이 인연이 아닌 거죠.” 그녀가 시냇물처럼 맑고 쾌청한 목소리로 설득력 있게 말하자 김건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내가 집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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