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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장

이시연은 이런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만 머리가 조금 아팠다. 저녁 일이 끝나자마자 주예은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시연 언니, 저희가 직접 데리러 갈게요.] 이시연은 주예은이 자신에게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건 아닌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오늘 날씨가 꽤 더웠고 하루 종일 야외에서 촬영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기에 너무 불편해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싶었다. 생각 끝에 이시연은 이렇게 답장했다. [나 호텔에 먼저 가야겠어. 그냥 주소 보내주면 돼.] 줄곧 선을 지키는 주예은이었기에 굳이 데리러 가자고 고집하는 대신 알겠다며 레스토랑을 선택한 후 그녀는 위치와 룸 번호를 보냈다. 임지성은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이시연이 빨리 오기를 조용히 기도하며 그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들과 몇 살 차이 나지 않아 보이는 남자는 정장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쓰고 무척 신사적으로 보였다. 입가에 번진 온화한 미소는 평소 주예은의 부드러운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임지성에게 차 한 잔을 건넸고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는 한눈에 봐도 고가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주찬우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부드러웠고 임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속으로는 이시연의 삼촌도 돈이 많아 보이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성재는 얼음처럼 차갑고 높은 산에 피는 꽃처럼 범접할 수 없었다. 보기 좋지만 차마 손을 뻗어 만질 수는 없는, 태생적으로 리더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반면에 주찬우는 온화함이 온몸에 스며들어 있고 웃지 않을 때만 다소 엄숙한 권력자의 기세가 보일 뿐 육성재만큼 강렬하게 압도하지 않았다. 이시연이 오기도 전에 활달한 성격의 임지성은 주찬우와 가까워졌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은이는 말수가 적고 성격도 순해서 앞으로 그쪽이랑 매니저님이 잘 챙겨주세요.” 주찬우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다정하고 애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생을 바라봤다. 물을 마시던 임지성이 멈칫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주예은이 난폭하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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