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장
임상준의 품에서 도수영은 죽고 싶엇던 생각을 접었다. 오랫동안 그의 곁에 남아있고 싶었으나 이건 그저 꿈에 불과했다.
“수영 씨, 경민 씨를 찾아온 게 민준이의 유언 때문이라고 하셨죠? 민준이의 유언이 뭔데요?”
임상준은 도수영을 놓아주며 조심스레 물었다.
도민준의 유언은 경민이 다시 한번 “아기 상어”을 불러주는 것이었다.
도민준의 생각만 하면 도수영은 한없이 약해졌다. 그래서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그 한마디에도 그녀는 한참을 울먹이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도민준의 필기장을 꺼내 마지막 페이지를 임상준에게 보여주었다.
[경민 아저씨, 보고 싶어요. 도대체 어디 간 거예요? 왜 나랑 엄마를 보러 안 오는 거예요?]
[경민 아저씨, 아저씨가 불러주는 “아기 상어”를 듣고 싶어요.]
[내가 죽으면 무덤 앞에서 다시 한번 “아기 상어”를 불러줄 수 있어요?]
임상준은 자그마한 필기장을 천천히 매만지며 정연하고도 유치해 보이는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창 앞에 앉은 한 아이가 필기장을 들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임상준의 눈가는 저도 모르게 젖어들어갔다. 하지만 눈물을 보인다면 도수영이 더욱 슬퍼할 테니 그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참으면서 겨우 웃었다.
“수영 씨, 나도 “아기 상어” 부를 줄 알아요! 민준이가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내가 “아기 상어”를 불러주면 엄청 좋아할 거예요! 수영 씨, 지금 얼른 가요. 민준이한테 “아기 상어” 불러줘야죠.”
그날 밤, 임상준은 정말 도민준에게 “아기 상어”를 불러주었다.
달이 나뭇가지에 걸린 밤, 그는 눈시울이 벌게지고 목이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도민준에게 “아기 상어”를 불러주었다.
그날 밤, 아무런 불빛도 없었지만 도수영은 임상준의 곁에서 하늘에 수 놓인 별을 본 것만 같았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준 씨, 다음 생에... 다음 생에는 무조건 건강하게 당신 앞에 나타나서 당신의 손을 잡고 함께 인생을 걸어 나가면서 모든 일을 함께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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