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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임다은, 어떻게 해야 날 놔줄 거야?” “기분 봐서.” “누나, 승호 형은 정말 누나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차라리...” 김현호가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질투심을 감추고 임다은을 향해 돌아서서 여전히 얌전한 모습으로 나지막이 타일렀다. 김현호는 내가 임다은과 이혼하고 그 자리를 자신이 대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건 나와 승호 일이야.” 임다은이 김현호의 말을 끊고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반지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 나랑 승호가 무슨 사이든 우리 사이에는 변함이 없을 거야.” 김현호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며 핸드폰을 꺼내 차를 불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딸깍하는 소리가 병실 안에 유난히 크게 퍼졌다. 두껍고 딱딱한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야 이런 소리가 났다. 명함의 질감은 독특했다. 나는 얼른 허리를 굽혀 명함을 주웠다. 이 명함에 나의 미래가 달려있어 나는 특히 중시하고 있었다. “뭐야?” 임다은이 예리한 눈빛으로 내 손에 들린 명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가져와.”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차갑게 대꾸했다. “너랑은 상관없는 거야.” “가져오라니까.” 임다은이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도 움직이지 않는 배승호를 보고 김현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김현호는 그녀의 뜻을 이해하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왔다. “승호 형, 누나한테 한 번만 보여줘요. 부부 사이에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되잖아요.” 김현호는 뒤의 말을 이으며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마음이 바뀐 임다은이 나와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김현호 마음속에는 얼마간의 원한이 있었지만, 임다은에게는 내색하지 못하고 나에게 털어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한 손으로 내 어깨를 누르고 나를 문짝으로 밀어붙였다. 육체가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문고리가 마침 허리춤을 찔러 통증이 밀려왔다. 나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명함을 쥐고 있던 손을 뒤로 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현호가 한쪽 손으로 명함 한 귀퉁이를 정확하게 잡고 힘껏 빼냈다. 가장자리가 날카로운 명함이었기에 그 명함은 나의 손바닥에 큰 상처를 내며 피로 물들었다. 피 묻은 명함을 손에 넣은 김현호는 득의양양하게 나를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보물을 바치듯 명함을 임다은에게 건넸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의 상처를 보며 넋을 잃었다. 상처에서는 여전히 선혈이 쏟아져 나오며 핏방울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임다은이 있는 침대로 달려가 말했다. “돌려줘.” 김현호가 내 앞을 가로막은 채 나를 가까이하지 못하게 했다. “승호 형. 누나도 그냥 한 번 보려고 할 뿐인데, 남들한테 보여주면 안 되는 그런 은밀한 물건인 건 아니죠?” 명함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은 김현호는 악의적으로 짐작했다. “설마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런 은밀한 업체 명함인 건 아니죠?” 김현호는 나의 대꾸도 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저도 형이 오랫동안 그런 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타락해서는 안 돼요.” “꺼져!” 김현호를 밀쳤지만 그는 마치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현호의 거듭된 도발에 악의적인 말들이 입가를 맴돌았지만 이성이 나를 억눌렀다. 여러 번 김현호와 다툰 경험으로 볼 때, 이 시점에서 김현호와 다투는 것은 나에게 좋은 점이 없었다. 임다은이라는 방패가 있는 이상, 나는 영원한 패자였다. 심지어 임다은은 내가 김현호를 질투하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하여 나는 임다은을 바라보았다. 임다은은 명함 위의 글자를 보고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코웃음을 뀌었다. “승호야, 네 수단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려고 해.” 검지와 중지로 명함을 끼운 채 흔드는 임다은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신경과 전문의를 찾으려고 했어도 얘를 찾으면 안 되지.” 손톱 위에 박힌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그녀의 동작에 따라 반짝여 나의 눈을 아프게 했다. “송민주는 내 친구야. 네 연기에 협조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우스꽝스러운 수법으로 내 관심을 끌지도 못하게 할 거야.” 임다은의 말에 나는 몸부림치는 것도 잊은 채 뒤늦게 반응하고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송민주가 네 친구라고?” 결혼하고 나서 임다은이 그녀의 친구에 대해 먼저 언급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더욱이 그녀는 친구를 만나러 가도 나를 데리고 가는 일이 없었기에 임다은의 친구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명함을 받고 전문의의 이름을 본 순간 익숙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어디서 들었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임다은에게서 들어봤었던 이름이었다. “송민주, 나쁜 년. 분명 올해 내 생일에는 돌아와서 같이 보내겠다고 약속하고는 또 바람맞혔어. 답장도 없고 바쁜 것 같아.” “송민주... 송민주... 송민주...” 이제 보니 송민주는 구율 신경과 전문의였다. 한순간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마음속에 얽혔다. 임다은이라는 인연이 있다면 송민주가 나를 진찰해 줄지도 몰랐다. 하지만 임다은이 주선이 필요했는데 그녀가 해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녀는 아직도 내 병을 믿고 있지 않으니 도와주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믿을 거야?” 잠시 침묵한 임다은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송민주를 만나고 싶은가 보네? 하지만 만나고 싶다고 해서 다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정말 아파서 진찰 봐야 한다면 다리 놔 줄게.” 기대가 솟아오른 나는 한순간 호흡을 멈췄다. 송민주를 만날 수만 있다면 나의 병도 고칠 가망이 있었다.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오래 살 수 있게만 해줘도 만족했다. 임다은이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마음이 울렁거리도록 아름다운 얼굴로 그녀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나한테 빌어봐.” 임다은은 나의 자존심을 발밑에 밟고 나를 비참하게 만들려고 했다. “부탁할 거면 그만한 자세를 갖춰야죠.” 김현호가 말을 이었다. “승호 형, 정말 누나 친구에게 진찰받으려고 하는 거면 누나한테 무릎 꿇고 부탁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잖아요?” “그래. 지나친 요구는 아니지.” 나는 성깔도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 하면 나는 그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한 번 무릎을 꿇어 정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나의 자존심은 이미 해마다 반복되던 고통에 의해 전부 내려놓았다. 지금의 나는 그저 계속 살아가고 싶었다.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여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그 일들을 하고 싶었다. 나는 말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김현호의 눈이 커지며 눈동자에는 흥분의 빛이 반짝였다. 그는 무릎 꿇는 나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임다은은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린 채 내 동작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지만 특별히 나서서 말리지는 않았다. 마음속에 있던 마지막 기대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앞의 바닥을 내려다보며 애원했다. “부탁할게.” 병실 안은 적막에 휩싸였다.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대답을 듣지 못한 나는 고개를 들어 임다은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마침 고민하고 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복잡한 눈빛은 나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임다은이 우쭐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한때 콧대 높았던 배씨 가문 도련님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으면 누구라도 기뻐할 것이었다. “민주를 불러낼 수는 있지만 진찰받고 나서 민주가 너한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얌전히 있어야 할 거야.” 임다은의 시선이 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네 그런 잔꾀는 기껏해야 문외한인 우리를 속일 뿐이지 송민주 앞에서는 바로 들통날 거야.” 나는 침묵으로 응수했다. 꾀병이었다면 송민주가 바로 알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정말 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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