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김현호는 빌라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내 옆방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듯했다.
그럴 만도 했다. 임다은이 임신을 한 지 석 달이 지났으니 이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침대에서 마음대로 뒹굴 수 있었다.
그날 나는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귓가에 맴도는 한 쌍의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는 나를 또다시 두통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계속 이렇게 지내다가는 내 수명이 점점 더 줄어들 것만 같았다.
나는 임다은이 다른 남자들과 저런 관계로 지내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만 그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많이 변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눈 밑의 다크서클을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런 나날들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었고 점점 다가오는 수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승호 형, 어젯밤에 잠을 설쳤나요? 많이 무기력해 보이네요.”
김현호는 내가 어느 방에서 지내는지 모를 리 없었다. 어쩌면 어젯밤 그는 내가 주다혜와의 계약을 성사한 것 때문에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연기의 제왕은 정력도 참 좋은가 봐. 밤새 그렇게 체력을 소모하고도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걸 보면 에너지가 넘치나 봐?”
김현호는 입가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누나가 그동안 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데요.”
허허.
김현호는 내 손에 들린 짐을 보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승호 형,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가서 살 건가 봐요? 짐까지 다 챙긴 걸 보면.”
“내가 나가길 바라는 거 아니었어? 너도 속으로 기뻐하고 있잖아. 이렇게 되면 아무도 두 사람을 방해할 수 없으니까.”
김현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승호 형, 왜 그런 말을 해요. 형은 여기서 지내도 우리에게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집을 나가는 일은 누나와 상의라도 한 거예요?”
“내가 어디로 가든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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