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김현호도 내 진단서를 읽었겠지만 믿지 않는 건 그들의 문제였다. 난 이제 설명하기도 지쳤다.
“아가씨, 승호 님은 아직 저녁 식사 전이고 안색도 안 좋으니 오늘은...”
내가 안타깝게 느껴진 집사가 용기를 내어 한 마디를 건넸으나 빠르게 임다은에게 거절당했다.
“왜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 쓰러질 얼굴이야? 송민주한테도 그렇게 아련한 얼굴로 부탁한 거야? 내가 안되니 다른 여자한테라도 작업 걸려고?”
임다은은 손에 쥔 사과를 바닥에 휙 버리고 도도하게 걸어왔다. 날 역겹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난 두 눈을 감고 온몸의 피곤을 꾹꾹 눌렀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너도 새 사람 찾았는데 나는 왜 안 돼?”
“배승호! 네 주제를 생각해? 송민주가 정말 네가 눈에 찰 것 같아? 내가 버린 물건을 송민주가 주울 것 같냐고!”
“불쌍한 척해서 동정이라도 살 생각인가 본데 나한테 그런 건 통하지 않아. 나와 김현호 두 사람 다 저녁 식사 전이니 바로 밥 차려내!”
난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현호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내 앞에서 임다은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도발했다.
“승호 형, 나 갈비찜이 먹고 싶어요. 너무 질기지 않게 촉촉하게 해줘요. 다은 누나 입맛은 남편인 승호 형이 잘 알겠죠? 입맛에 안 맞아 누나가 화가 나면 별장 청소로 그치지는 않을 거예요.”
면전에 던져진 도발에도 난 어느새 적응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날 괴롭혀 쾌락을 얻고자 할 뿐이었다.
“배고프면 도우미한테 부탁해. 내가 만든 음식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난 요리할 줄도 몰라.”
임다은은 내가 거절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던 남편이 갑자기 면전에 대고 거절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배승호, 정말 간이 부었지? 지금 내 집에 살면서 내 돈으로 먹고 입고 지내지 않아? 더구나 임신한 아내를 보살필 의무는 남편한테 있잖아.”
임다은의 말은 가시가 되어 날 찔렀다.
내가 정말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을까? 아니,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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