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난 핸드폰을 내려두고 그들의 기사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지금은 내가 태어나서부터 지낸 이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방의 테이블과 의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직접 고른 것이었다. 저녁 식사만큼은 온 식구가 같이 모여 밥을 먹었고 이 테이블에 앉아 우리 가족은 십수 년을 함께 밥을 먹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이 테이블만 남겨졌다. 먼지 하나 없는 테이블은 누군가 매일 닦고 있는 것 같았다.
“승호 님, 아가씨가 도우미를 시켜 매일 이곳을 청소하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말은 차갑게 뱉어도, 또 겉으로 김현호 씨와 가깝게 지내는 듯 보여도 마음속엔 승호 님이 더 클 겁니다.”
지승민은 나와 임다은의 관계를 늘 걱정했다. 가족같이 지내던 세월이 그렇게 긴데 벌써 가족을 넘어선 사이가 되어버렸다.
난 헛웃음이 나갔다. 임다은은 오직 나한테만 쌀쌀맞았고 김현호에게는 불처럼 뜨거웠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집사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 나와 임다은 관계가 회복될 여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부모님의 보배 아들이, 지금 어느 여자의 부르면 오고 싫으면 버려지는 존재가 된 걸 아시면 많이 슬퍼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고민과 죄책감을 바로잡을 시간이 없었다. 내가 살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만 가요!”
이만 떠나자는 나의 말에 집사는 잠시 당황해했다.
“승호 님, 도착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떠나시게요?”
난 평소에 익숙한 곳을 찾아 몇 시간이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이곳 풍경은 오히려 날 쿡쿡 찔렀다. 내가 여자 때문에 배씨 가문을 망쳤다는 생각에 이곳만 찾으면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조금 피곤해서 돌아가서 쉴래요!”
집사는 말없이 되돌아섰다. 나는 몸을 돌려 걸다가 다시 뒤를 돌아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주변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뀐 것 같았다.
배씨 가문 저택에서 그 일이 벌어지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주변 이웃들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아예 해외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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