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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거세어지더니 번개까지 번쩍였다. 이어 큰 천둥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쏟아졌다. 빗방울은 점점 거세어지더니 무섭게 바닥을 적셨다. 난 별장 대문 계단에 앉아 있다가 비를 피해 대문 아래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휘몰아치는 바람에 폭삭 젖어버렸고 비를 머금은 바람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하지만 닫힌 대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나는 또 문을 두드렸다. 얼마 후, 드디어 문이 열렸다. 얇은 외투를 걸친 집사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다가왔다. “승호 님, 빨리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서고 지승민이 건네준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아냈다. 그는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문을 닫지 않았는데.” “그 사람이 그런 거예요.” 내가 2층을 슬쩍 바라보며 말하자 집사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가씨는 승호 님이 방에 계시는 거로 알고 계세요.” “그 사람이 문을 열지 못하게 한 게 아니었어요?” 한참 외쳐도 집사가 나오는 걸 보지 못했으니 난 임다은의 지시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승민이 한참 고민하다가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으나 감히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에둘러 전했다. “아까 뒤뜰에서 정리하고 있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전부 제 탓입니다.” 임다은이 아니라면 김현호의 짓이었다. “이 야밤에 안 자고 거기에서 뭐 해?” 임다은이 맨발로 계단 위층에 서서 날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작은 얼굴에는 잠에서 깨어나 짜증이 담긴 표정이 담겼다. 내 시선은 그의 맨발로 향했고 걱정되는 마음이 먼저 들었으나 말을 삼켰다. 임다은은 푹 젖은 내 옷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 쇼하는 거야?” 난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갈 것 같았다. 깨진 유리잔엔 물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 내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가버렸거든.” 난 임다은에게 사실을 전하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세 사람 중, 갇힌 사람은 나였으니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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