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딸을 남겨둘 가능성
유정숙의 말에 수지의 인상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이내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되찾았다.
“할머니, 이런 말은 칭찬이지만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수지가 유정숙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래, 그래. 알았어.”
“수지야, 유전자 검사는 했니?”
유정숙을 잠에서 깨워도 그녀는 투정 부리지 않았고 바로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수지야, 배고프지 않아? 할머니가 먹을 거 갖다 줄게.”
수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정숙은 장롱 앞으로 달려가 장롱문을 열고는 머리를 파묻은 채 한참을 헤집더니 물건이 가득 담겨 불룩해진 가방을 꺼냈다.
이 가방을 본 추설희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하늘 요양원에서 할머니를 강제로 데려왔을 때, 할머니는 가방과 핸드폰만 가지고 있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그리고 쉬는 날만 되면 유정숙은 그녀더러 여러 종류의 맛있는 간식을 사 오라고 시켰고 그 중 소금빵이 가장 많았다.
추설희는 유정숙이 어린아이처럼 군것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 이 간식들과 소금빵을 모두 가방에 숨겨놓은 줄은 몰랐다.
이렇게 비교한 추설희는 순간 친엄마인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
“수지야, 빨리 먹어.”
유정숙은 가방을 열어 안에서 소금빵을 꺼내어 수지에게 건넸다.
“얼른 먹어.”
수지의 눈이 또 빨개졌다. 오래전부터 넉넉하게 지낸 수지는 유정숙의 생활비를 빼먹은 적이 없었지만 할머니는 오롯이 그녀만 챙기고 있었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늘 아까워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그녀가 할머니를 보러 요양원에 갔을 때 꺼내서 주곤 했다.
수지가 진미영에게 할머니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지 말라고 당부했기에 진미영이 가끔 시도 때도 없이 불시 점검을 했고 발견되면 할머니의 체면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할머니의 물건을 숨기는 능력이 한 층 업그레이드되었지만 너무 깊이 숨기다 보니 본인마저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렸다.
그래서 수지가 유정숙을 찾으러 요양원에 갔을 때 꺼내놓은 소금빵과 간식이 가끔 변질한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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