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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산산조각 난 꿈

박서진은 처음부터 자신을 유혹해 결혼하려는 남지아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이전 약혼자와 하씨 가문의 진짜 딸인 하윤아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는 모습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수지가 박서진을 유혹해 결혼하려 했다면 그가 약에 당한 틈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지는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순간 박서진의 머릿속에 수지의 몸에 새겨진 작은 붉은 매화 문양이 떠올랐다. 부끄럽게도 그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지에게 뺨을 맞은 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박서진은 이 모든 상황이 불쾌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그는 자신이 수지에게 큰 빚을 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서진은 냉랭한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로 남지아를 계속 몰아붙였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남지아를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선재조차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끼고 조용히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남지아는 분명 박선재에게 박서진의 방 안에 누군가 숨어 있다고 했다. 방에 올라오기 전 박선재가 손님방 문을 두드렸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수지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확신했다. 박서진이 수지를 방 안에 숨겼다고. 박선재는 방을 둘러보며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침대는 이불조차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듯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박서진의 양쪽 뺨에 찍힌 뚜렷한 손자국을 보면 누가 이런 상황에서 따귀를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서진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듯 태연하게 방에서 나와 남지아에게 차갑게 물었다. “지아 씨, 도대체 무슨 신분으로 내 불륜현장을 잡으러 온 거죠?” 박서진은 남지아에게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기에 그녀를 동정하거나 배려할 이유도 없었다. 만약 남지아가 이전처럼 예의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면 그는 말을 이렇게까지 독하게 하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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