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약효가 완전히 제거되다

청주 사립병원 구내식당. 휴대폰을 손에 쥔 박서진은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의 시선이 식당 안쪽으로 향하자 남지아는 박선재가 추천한 떡만둣국을 먹으며 환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았다. 박서진은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시선을 자연스럽게 돌렸다. ‘이다은이 말했던 건 도대체 무슨 뜻이지?’ 그는 VIP 병실에서 남지아를 데리고 나와 식당까지 오는 동안 남지아가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낸 적이 없다는 걸 확신했다. 따라서 수지에게 남지아를 접대하라는 요청이 남지아의 뜻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다은이 근거 없이 꾸며낸 말일 것 같지도 않았다. 박서진은 직접 가서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다. 박선재의 치료에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 만약 오해가 있다면 지금 바로 풀어야 했다. 닥터 제니는 사적인 감정을 치료에 섞지 않는다는 명성이 있었지만 박서진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지가 그를 이용해 하씨 가문과 전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남아 있었다. 구내식당으로 돌아온 박서진은 남지아에게 말했다. “지아 씨, 죄송합니다만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천천히 드세요. 제가 임 비서에게 호텔을 준비해 두라고 했어요. 식사 후에 임 비서가 데리러 올 거예요.” 남지아는 고개를 들어 박서진을 바라보았다. “저 병원에 머물면 안 돼요? 할아버지가 혼자 병원에 계시는 게 심심하시다며 제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눠주길 바라셨어요.” “업무적인 건 제가 도와드릴 수 없지만 할아버지를 돌보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박서진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제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지아 씨와 더 이야기 나누기 힘들 것 같네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남지아는 자리에 앉아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숟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이내 탁, 소리와 함께 숟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얼굴이 굳어버린 남지아는 앞에 놓인 음식과 떡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