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이미 새 남자를 찾은 거였네
양정아는 얼굴이 어두워지며 말투도 전처럼 밝지 않았으며 심지어 마음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박서진과 박선재는 그녀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박선재건 박서진이건 수지가 소개해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생 그들과 대면조차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가 권력과 돈을 가졌다고 해도 사람을 이렇게 모욕할 순 없는 일이었다. 세컨드를 하라니, 제정신 아닌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양정아는 박서진을 처음 봤을 때의 설렘과 호감이 단번에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박선재가 연세도 많고 지위가 워낙 높았기에 아무리 화가 나도 그녀는 대놓고 욕할 용기가 없었다.
“할아버지, 다른 일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저는 우리 수지한테 가보겠습니다.”
양정아는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며 이 일을 빨리 수지에게 알릴 생각뿐이었다.
박선재가 일부러 자신을 불러낸 건 박서진과 수지가 단둘이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만약 박서진이 솔로였다면 양정아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 생각했겠지만, 문제는 그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약혼자가 있으면서 다른 여자와 어울린다는 건 곧 감정적으로 불성실하다는 뜻이다.
신뢰할 수 없는 남자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자신을 절제하지 못하는 남자는 썩어가는 채소나 다름없다.
박선재는 양정아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싱글벙글하더니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얼굴이 어두워지다니.’
‘정말 순식간에 태도가 변하는군.’
‘수지 친구답게 정의감이 넘치네.’
그가 아직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양정아는 박서진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이유로 빠르게 선을 긋고 물러서려 하고 있었다.
“정아 양, 우리 손자랑 약혼자는... ”
“할아버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양정아는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그대로 부축했던 박선재의 팔을 놓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박서진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손짓했다.
“박서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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