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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창문이 내려지자, 송민지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차 안의 여자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얘기 좀 할까요?" 송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뒷좌석의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이시아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살펴보며 말했다. "그쪽이... 배민훈이 데리고 있던 동생이죠? 내 기억이 맞다면 민지, 맞죠?" 송민지가 긴장하고 있는 걸 느낀 것인지 이시아가 가느다란 흰 손으로 송민지의 손을 잡았다. "긴장하지 말아요. 날 시아 언니라고 불러도 되고 새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난 말 편하게 할게요." "전에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어. 넌 앞으로 분명 아주 아주 예쁠 거야." 송민지는 이시아의 앞에서는 자존감이 낮아져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새언니." 그 호칭에 이시아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오늘 숙제 많아?" "많지 않아요. 혹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이시아가 대답했다. "언제부터 너랑 같이 밥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 마침 이곳을 지나가면서 생각이 났어. 네 오빠는 회사일 때문에 늦게 올 거야. 우리가 먼저 가서 주문하자." 송민지는 침묵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시아는 송민지가 그들의 결혼 때문에 자살 시도한 걸 알고 있다. 그리고 배민훈은 분명 이시아가 송민지를 찾아온 걸 모를 것이다. 지금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은 떠보기 위한 것일까? 송민지와 배민훈의 감정이 오빠, 동생 사이를 넘은 것인지 알아보려고 온 것일까? 30분 정도 지났을까, 향미각이라는 고급스러운 한식점에 도착했다. 식당 매니저는 그들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했다. "이시아 씨, 어서 오세요. 제가 이미 룸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룸으로 들어가자 이시아는 단정하고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고, 송민지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식당 매니저가 직접 메뉴판을 건넸고 이시아는 메뉴판을 송민지에게 건넸다. "민지야, 뭘 먹고 싶은지 봐." 송민지가 메뉴판을 보니 음식 하나에 십만 원이 넘었다. 평소 송민지는 절대로 먹어볼 수 없는 음식들이다. 하여 불안감에 손으로 교복 옷자락을 꼬며 말했다. "언니,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어요." 이시아는 곧바로 눈치채고 싱긋 웃었다. "그럼 네 오빠 입맛에 맞춰서 시킬게. 네 오빠도 너처럼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 한편 스타 그룹. 고서원은 향미각에서 온 전화를 받고, 회의실에서 나온 배민훈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이시아 씨가 민지 씨를 데리고 향미각으로 갔다고 합니다. 방금 언제쯤 도착하실지 연락이 왔어요." 배민훈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도도하게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대표실로 들어가다가 그의 보고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이시아한테 민지를 찾아가라고 했어?" 고서원은 머리를 저었다. "아마도 이시아 씨가 지나가던 길에 민지 씨와 마주친 거 같아요." 배민훈이 말했다. "다음 약속을 미루고 일단 향미각으로 가." 고서원은 머리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그는 분명히 누구도 그녀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이시아는 항상 그녀의 존재를 위협으로 느꼈다. 아마 이번에도 송민지의 앞에서 자신이 아내라고 암시하려는 계획일 것이다. 송민지와 배민훈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고 재력 차이뿐만 아니라 나이 차이도 있다... 배민훈은 2년 뒤면 서른이고 송민지는 겨우 18살이다... 그녀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다. 한편 송민지는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고 이시아는 아주 정성스레 그녀를 돌보며 십 대들이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가득 시켰다. 배민훈이 도착하자 이미 저녁 7시였다. 음식도 이미 모두 나왔다. 룸 밖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송민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옷자락을 잡고 꽉 쥐었다. 다음 순간, 방문이 열렸다. 그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송민지는 두려움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이시아가 얼른 문 앞에 다가가 배민훈의 팔짱을 꼈다. "왜 이제야 온 거야? 나랑 민지가 널 한참이나 기다렸어." 룸 안은 에어컨이 켜진 상태라 이시아는 현모양처처럼 그의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주었고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은 오랫동안 사랑한 부부처럼 아주 애틋했다. 그의 검은색 셔츠는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었고 그 사이로 근육 진 몸이 어렴풋이 보였다. 배민훈은 몸이 아주 좋았다. 옷을 입으면 날씬해 보이고 벗으면 근육이 있었다. 게다가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려 모델 같았다. 거기에 배민훈의 얼굴까지 더해지니 그에게 안 반할 여자가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배민훈은 스타그룹의 대표이다. 이시아는 중간에 앉아 배민훈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 "내가 마음대로 민지를 데려와 화난 건 아니지?" 배민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니야. 오늘 병원에 검사하러 간 건 어때?" 이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의사가 괜찮다고 했어. 이제는 임신 전 준비를 하려고. 당신도 나랑 같이 준비해야 하니 술은 시키지 마." '임신 준비...' 옆에 있던 송민지가 갑자기 실수로 음료수를 엎으며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이시아는 얼른 휴지로 송민지의 옷을 닦아주었다. "조심 좀 하지. 같이 화장실에 가서 씻자." 송민지가 얼른 대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차피 내일 교복을 씻을 거예요." 이시아가 걱정에 찬 어투로 말했다. "옷이 불편하면 얘기해. 마침 차에 옷이 있어." 송민지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 새언니." 송민지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배민훈의 눈빛을 무시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이시아가 집어준 음식을 먹었다. "많이 먹어, 포장해서 가져가도 돼." 그때 배민훈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용돈은 부족하지 않고?" 송민지가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끄덕였다. "충분해요." 말하자마자 배민훈이 주머니에서 검은색 지갑을 꺼내더니 카드 한 장을 건넸다. "이 카드로 사고 싶은 걸 사. 넌 위가 안 좋으니 오래된 음식은 먹지 말고."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보육원에서 송민지는 자주 굶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위가 나빠졌다. 너무 차가운 음식도 못 먹고 시간이 오래된 음식을 먹으면 위가 아프다. 한번은... 전날 먹다 남은 계란 볶음을 먹다가, 위장염에 걸려 구토를 심하게 하여 위출혈이 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배민훈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밤새 돌봤다. 송민지는 곧바로 손을 흔들었다. "오빠... 전에 준 용돈도 다 쓰지 못했어요. 더는 받을 수 없어요." 그 순간 이시아가 복잡한 마음을 감춘 채 그 카드를 이시아의 손에 넣어주며 싱긋 웃었다. "민훈이가 준 건 그냥 받아. 오빠의 성의잖아. 네 오빠는 지금 돈이 많으니 아낄 필요 없어. 그리고 부족하면 언니한테 달라고 해도 돼." 이시아가 카드를 가방에 넣어주었다. 송민지는 마치 보상금을 받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참, 몇 달 뒤에 나와 네 오빠가 약혼할 거야. 이건 초대장이야. 민지야, 꼭 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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