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장
고귀한 신분을 나타내는 벤츠 한 대가 천천히 배씨 저택 마당으로 들어왔다. 배씨 가문의 상속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마당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안마당의 가산 위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널찍한 정자 위로 햇빛이 쏟아졌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주변의 꽃과 풀은 정원사가 매일 정성껏 가꾸는 아주 희귀한 품종이었다. 부르는 게 값인 만큼 희귀했고 한 그루가 억 단위에 거래되었다. 배진섭이 살아생전에 가장 좋아한 건 바로 이주림과 함께 꽃과 풀에 물을 주면서 가꾸는 일이었다.
배진섭이 세상을 뜬 뒤, 이주림은 뒷마당에 있는 인공호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져서 호수를 메웠다. 안지민이 찻잔을 정자의 중간에 놓인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어르신, 석씨 어르신께서 오셨어요.”
이주림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옷차림이 수수한 석남수가 뒷짐을 지고는 천천히 걸어왔고 안지민은 정자에서 물러났다.
이주림이 입을 열었다.
“시아는 좀 나았나요?”
석남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글쎄... 아직 더 지켜봐야 해요. 중약을 보내주었지만 약을 먹고 난 뒤,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 진섭 그놈이 아내를 여럿 두었는데, 아직도 배씨 가문의 대를 잇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석남수와 배진섭은 오랜 친구였다. 서로를 벌레 보듯 할 정도로 지겹게 봐왔었다.
이주림이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배씨 가문의 혈육이 가문을 이어받으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알아요?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 민훈이를 해치려 했다고요! 한두 번인 줄 알아요? 민훈이가 배씨 가문을 이어받을 능력이 있으니 상속자 자리를 내어준 거고 이제는 슬슬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하고 있어요. 제가 16살에 결혼했잖아요. 언니를 봐서 지금까지 버텨온 거예요.”
이주림이 말을 이었다.
“그런 일이 번복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봐와서인지 시아가 마음에 들어요. 민훈이랑은 다르다고요. 민훈이가 결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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