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장
배민훈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송민지는 배민훈이 남긴 촛불을 바라보더니 소파에 앉았다. 어두운 곳에 혼자 있기 무서웠지만 선뜻 말하지 못했다.
‘좋은 사람도 아닌데...’
송민지는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는 촛불이 다 타서 불이 꺼진 뒤였다.
어두컴컴한 저택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 송민지는 재빨리 배민훈의 방으로 달려갔다.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발걸음 소리에 놀란 배민훈은 불을 켜려고 했지만 저택이 정전된 상태라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배민훈은 침대에 기대앉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창문으로 달빛이 비껴들어 왔다. 배민훈의 앞머리가 검은 두 눈동자를 가렸지만 차가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송민지가 옷을 여미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촛불이 꺼져서 무서워요. 다른 촛불을 찾아줘요.”
배민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송민지는 그제야 배민훈의 침대맡에 물과 진통제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배민훈은 겨우 잠들었는데 송민지가 깨운 셈이었다. 배민훈이 침대 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민지더러 옆에 누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송민지는 침대맡에 쭈그려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송민지가 다시 눈을 뜬 건 배민훈의 침대 위에서였다.
예상처럼 가까이 붙지도 않았고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잔 것 같았다.
그날 밤 뒤로 두 사람은 어쩐지 가까워진 것 같았지만 때로는 서먹했다.
배민훈은 송민지더러 3층 방에서 지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평소에 저택 내에서 자주 마주쳤지만 배민훈은 두주일동안 송민지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
송민지는 매일 저택에서 빈둥거렸다. 배민훈이 송민지의 책을 모조리 가져갔고 송민지가 무엇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민지가 계단을 내려오다가 배민훈과 마주쳐도 투명 인간 취급당했다.
송민지는 침대에 누워 비싼 과일을 먹자 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배민훈의 태도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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