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장
배민훈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사나운 기세로 송민지를 눕힌 뒤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순간, 송민지는 숨이 막혔다. "오빠, 나야!"
배민훈은 송민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손을 놓았다. "민지 이제 오빠 방에 몰래 들어올 줄도 알고."
"놀랐어?"
송민지가 기침을 하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 "오빠, 좀 괜찮아?"
배민훈이 대답 없이 방 안의 불을 밝히자 송민지는 그제야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보게 되었다. 깨진 스탠드를 보면서도 송민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내, 내가 커튼 걷을게."
송민지가 커튼을 걷자 창밖의 노을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 빛이 마침 조금 창백한 배민훈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오빠, 아직 머리 아파? 우리 병원에 갈까?"
배민훈은 눈을 감은 채 침대에 기대어 미간을 문질렀다. "괜찮아, 민지 배고파?"
역시 함께 몇십 년은 산 사람답게 배민훈은 송민지의 모든 것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
송민지는 바닥에 있던 스탠드 파편을 피해 그에게 다가갔다. 그제야 배민훈 방에서 나오던 허진의 이상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어린 나이에 이런 짓을 하다니, 송민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는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송민지는,
배민훈이 정말 미쳐서 아무나 잡고 그런 줄 알았다.
"오빠, 약 안 먹었어? 내가 따뜻한 물 좀 가져올까?"
"응."
배민훈의 대답을 들은 송민지가 주방으로 가 물을 끓이곤 생수통의 물을 절반 더하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약 한 알을 꺼냈다. 배민훈은 많이 불편한 듯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처럼 나른했다. 송민지는 이렇게 초췌한 배민훈은 처음 봤다.
결국 그녀는 약을 그의 입가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배민훈이 입을 벌리자 송민지의 손가락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이마 앞으로 내려진 앞머리도 그렇고 눈을 뜬 그의 눈빛도 그렇고 평소보다 부드러워 보였다.
배민훈의 눈은 그렇게 송민지를 바라봤고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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