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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이건 하은별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성우진이 이렇게 독설을 퍼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성우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은별, 네가 뭔데?” “왜 네가 원하는 걸 내가 꼭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자 하정은이 나서서 하은별을 변호했다. “우진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은별이는 네 생명의 은인이야.” 순간 성우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저 이제 다 기억났어요. 그런 방식으로 저를 속이려 하지 마요.” 하은별만 아니었으면 그는 온유나와 가장 행복한 커플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서로 칼을 겨누며 대치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테고, 두 달밖에 못 산 그 아이도 살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바로 눈앞의 두 여자였다. 성우진은 자기 어머니에게는 심하게 대할 수 없었지만, 하은별은 절대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머니, 전 어머니를 존중하니까 어머니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 이러시면 저도 안 참을 겁니다.” 말을 마친 성우진이 내선 전화를 걸자, 곧 권민재가 들어왔다. “두 사람 모셔 가.” 성우진의 명령에 권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정은과 하은별에게 공손히 말했다. “이쪽으로 가시죠.” 하정은은 화가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은별을 데리고 나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오랫동안 상류층에서 살아온 그녀는 자칫하면 자신들에게 재앙이 닥칠 수 있기에 성우진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친정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에 의지할 곳은 오직 성씨 가문뿐이었다. 동시에 하정은은 지금 온유나가 있는 한 자신에게 위험이 더 커질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온유나는 결코 남겨둬선 안 될 존재였다. 물론 하정은이 직접 나설 수는 없었다. 만약 성우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테니까 절대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차로 돌아온 후 하은별이 하정은에게 물었다. “엄마, 이제 어떡하죠?” 이 순간 하은별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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