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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성우진은 그 말을 듣다가 마음이 언짢아져서 자기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온유나는 전에 들어 본 적 없는 다정한 어투로 말하는 성우진을 바라보았다. “옛날에는 다 내 잘못이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온유나는 이 말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만약 내가 너의 목숨을 원한다면?” 성우진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악에 받친 그녀의 모습이 비쳤지만 그의 눈에는 부드러운 눈빛이 떠올랐다. “괜찮아. 하지만 죽기 전에 속죄부터 하게 해 주면 안 될까?” 이전의 모든 것은 그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이제 온유나가 무슨 짓을 하든 그건 당연한 거라는 말이다. 온유나는 그런 그의 태도가 그저 웃기다고만 생각했다. ‘속죄?’ 사과가 효력이 있다면 경찰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온유나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태연하고 소탈한 어투로 대답했다. “성우진, 이제 네가 무엇을 하든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아. 정말로 속죄하고 싶다면 내 생활에서 멀리 떨어지고 내가 경운시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줘.”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에서 떠돌며 겪었던 고생을 떠올리며 온유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으니 그냥 모른 척 해줬으면 좋겠어.” 사랑이 소진되어서인지 이런 말을 뱉는 온유나는 마음이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성우진은 그 말이 마음 아팠다. 성우진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있다가 그녀의 팔에 난 섬뜩한 흉터를 보았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본 온유나가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4년 전 그 화재 때 남긴 거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흉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흉터 제거 기술로 이 흉터를 없애기에 충분해. 내 몸 다른 곳의 흉터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듯 말이야.” 그는 거친 손가락으로 흉터를 만졌다. 하얗고 섬세한 손목에 난 이 흉터는 정말 눈에 거슬렸다. “왜 기술로 없애지 않은 거야?” “기억해야지.” 온유나가 그의 손에서 손을 빼며 말했다. “그 화재는 거의 내 목숨을 앗아갈 뻔했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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