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최서진의 눈길이 온세라를 스쳐 지나갔다. 오후에 맹효연이 한 말에 갑자기 문뜩 생각이 났다.
"너 언제 온씨 가문에 들어갔어?"
온세라는 순간 멈칫하며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여덟, 아홉 살 때였어요.]
"자기가 몇 살 때 들어갔는지도 모른다고?" 최서진은 온세라를 흘기더니 차갑게 물었다. "온씨 가문에 가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어?"
온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안 나요.]
이 모습을 본 최서진의 얼굴에는 분노가 더욱 짙어졌다. 최서진은 비웃으며 말했다.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말하기 싫은 거야?"
최서진은 20년 전 정산의 대형 화재가 온재혁의 소행이라고 확신했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동기를 찾지 못했다.
온세라가 온씨 가문에 들어간 시기가 그 화재 직후라는 점에서 두 사건 사이에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온세라는 정말로 기억나지 않았다. 온세라는 난처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온씨 가문에 들어간 후에 큰 병에 걸려서 여덟 살 이전의 일은 기억나지 않아요.]
어머니의 얼굴조차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남겨둔 사진 덕분에 잊지는 않았다.
최서진은 온세라가 뭘 물어도 모른다고 하자, 인내심을 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여기 서 있는 이유는 뭐지?"
온세라는 이를 악물었다.
[전에 서진 씨가 저랑 거래하자고 했잖아요. 그 거래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요.]
최서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온세라를 차갑게 훑어보았다.
[제가 약을 찾아주면, 저를 최씨 가문에서 내보내 줄 수 있어요?]
"너 최씨 가문을 떠나고 싶어?" 최서진의 눈을 가늘게 떴다.
온세라는 불안함에 입술을 물었다.
[애초에 서진 씨가 결혼하려던 사람은 제가 아니었잖아요. 제가 떠나면 온씨 가문에 따져서 온미라를 데려오면 되잖아요. 온미라는 기꺼이 받아들일 거예요.]
최서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리고?’
온세라는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그리고에요?]
최서진은 온세라에게 몇 걸음 다가가며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차가운 목소리가 마치 차가운 바람처럼 온세라의 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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