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온세라는 손짓으로 말했다.
[나 여기서 좀 쉴게요, 외할머니 부탁해요.]
김찬혁은 온세라가 자신과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뭔가 물어보려다가 초췌한 모습을 보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도로 삼켰다.
“그럼 먹을 것 좀 사 올게요.”
온세라가 미처 거절할 겨를도 없이 김찬혁은 이미 그녀의 손에 물 한 병을 건네주고 떠나갔다.
텅 빈 복도에 온세라 한 사람이 남았다.
외할머니의 수술 후에 직면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온세라는 마음이 당황스러웠다.
이른 아침, 최씨 가문 별장.
“서진아, 커피를 적게 마셔. 건강에 안 좋아.”
소시연은 주스를 최서진의 앞에 내밀고 위층 침실 쪽을 쳐다보더니 물었다.
“며칠 동안 온세라가 안 돌아왔는데 뭐 하느라 바쁜지 모르겠어. 남편이 신경도 안 쓰는 게 말이 돼?”
최서진은 신문을 보고 있다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병원에서 외할머니를 돌보고 있어요.”
“병원에 간병인이 많은데 24시간 간호를 해야 하는 거야? 찬혁이도 며칠 동안 안 돌아왔어. 전화할 때마다 바쁘다고 하던데, 십중팔구 온세라랑 함께 있는 거야.”
최서진이 신문 뒤에서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서진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화내지 마. 네가 이 벙어리를 동정하는 거 알아. 하지만 우리 최씨 가문이 수용소나 복지원도 아니고 아무나 받아줄 수는 없잖아. 그리고 이 벙어리가 자기 분수를 지켜도 좋겠지만. 봐봐, 온세라가 있는 곳마다 사건·사고가 일어나.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소시연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격동됐다.
“찬혁이는 사사건건 온세라 편만 들고 엄마인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찬혁이는 마음이 여리다는 걸 너도 알잖아. 분명 그 벙어리가 꼬신 거야...”
'쾅' 소리와 함께 커피잔이 식탁 위에 무겁게 내려졌다. 그 소리를 들은 소시연은 말을 뚝 그치고 고개를 들다가 최서진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다.
“서진아, 이모 말이 좀 많았지... 이모도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최서진이 입을 열었다.
“이모, 시간이 있으면 찬혁이의 혼사를 잘 생각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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