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장
맹효연이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들어가 보세요.”
사무실 문이 열리자 온세라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최서진이 공급 업체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공급 업체 대표가 고개를 든 순간 온세라의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온세라는 아까 맹효연이 왜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았는지 알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 최서진과 즐거운 분위기로 얘기를 이어가는 남자는 온세라에게 있어서 악몽 같은 존재였다.
“소개할게. 이쪽은 금오제약의 주서욱 대표야.”
최서진이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이쪽은 우리 최정 제약회사의 세일즈 본부장 크리스.”
주서욱이 온세라를 힐끔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크리스 씨의 업무 능력이 타고났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미인일 줄은 몰랐네요.”
온세라는 지금 손에 식은땀이 가득 차올랐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귀에서는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6년 전, 처음으로 최서진에게 이혼하고 최씨 가문에서 나가겠다고 했다가 최서진은 그녀를 나이트클럽에 끌고 갔고 눈앞에 이 남자에게 던져줬다.
룸은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자주색 불빛과 함께 남자의 기름진 얼굴이 반짝였다. 벽에는 여러 가지 고문 도구들이 걸려 있었다. 옷자락이 찢기는 소리가 밀물처럼 온세라의 머리를 파고들었고 그녀의 모든 감각기관을 자극했다.
“크리스?”
최서진의 목소리에 온세라가 조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마치 똑딱이 인형처럼 멍한 표정으로 소파로 걸어갔다. 무슨 힘으로 이렇게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서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 씨,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는다고?’
온세라는 목구멍에서 비릿한 냄새가 올라왔다. 하여 그들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입을 감싸 쥐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웩.”
위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것 같았다. 어제 먹은 밥까지 다 토해낼 기세로 구역질을 이어갔다.
최서진이 일부러 주서욱을 불러와 그녀를 괴롭히면서 힘들었던 과거를 상기시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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