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8장
2층 복도, 최서진이 성큼성큼 안방으로 향했다.
안에는 아무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온미라를 데리고 올라온 지도 한참인데 이렇게 죽은 듯이 잔다는 게 너무 괘씸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탈칵.
최서진은 온몸으로 술 냄새를 내뿜으며 방문을 열었다.
“온세라.”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
콸콸하는 물소리가 전해졌다. 바닥을 흥건히 적신 물이 눈에 띄었다. 화장실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물을 보며 안색이 변했다.
“온세라.”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안에서 잠겨 있었다.
문을 걷어차고 들어가니 온세라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욕조의 물이 끊임없이 바깥으로 쏟아졌고 거기엔 빨간 피가 섞여 있었다. 세면대에 피가 묻은 칼이 보였고 칼에 묻은 핏자국은 이미 응고된 상태였다.
온세라는 의식을 잃고 평온한 표정으로 욕조 변두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왼쪽 손목이 물에 잠겨 있었는데 피가 계속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온세라의 머리에서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가운 눈동자는 피가 나올 정도로 빨갛게 충혈되었다.
철렁.
최서진이 욕조에서 온세라를 번쩍 안아 들더니 밖으로 뛰어가며 소리 질렀다.
“차 준비해. 빨리.”
그러다 샤워 타올을 걸치고 나온 온미라와 마주쳤다. 온미라가 비명을 지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진 오빠.”
“비켜.”
낮지만 매서운 호통에 온미라가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옆으로 물러섰다.
최서진은 군말 없이 온세라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소리쳤다.
“차 준비해. 병원으로 간다.”
온세라가 손목을 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를 이 정도로 역겨워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죽어도 자세를 굽힐 생각은 없어 보였고 한 지붕 아래 살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온미라도 그대로 아래층으로 따라 내려왔다. 그렇게 눈앞에서 최서진이 온미라를 안고 차에 오르는 걸 지켜봤다.
차가 이내 출발했다. 샤워 타올을 두른 채 혼자 남겨진 온미라는 마치 광대 같았다.
“온미라 씨, 날씨도 추운데 이렇게 입고 있으면 병나요.”
뒤에서 도우미 진여화의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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