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장
한참이 지난 후, 온세라는 벽을 짚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경호원이 앞으로 나서서 막으려 하자 최서진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냥 내보내.”
최서진의 동의를 얻기 전까지 이 병원에서 온세라의 말을 들을 의사는 아예 없다. 그러니 기태하를 치료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게 기태하는 분쇄성 골절로 왼쪽 다리를 잃게 되었다.
온세라는 최서진의 의해 강제로 집에 끌려가 3일 동안 방에 갇혔다. 도우미가 가져온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내동댕이쳤고 아무것도 먹지 않자 불과 3일 만에 온몸이 망가져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강성은 폭우로 뒤덮였고 창밖에서는 천둥번개가 쳤다.
“아직도 안 먹어요?”
도우미는 난처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김찬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찬혁아! 올라가지 마.”
소시연의 말이 먹힐 리가 없다.
김찬혁은 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안방으로 돌진했다.
그 시각 온세라는 침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하얀 잠옷 치마에 버금갈 정도로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핏기조차 없었다.
“형수님.”
김찬혁은 재빨리 걸어가다가 행여나 눈앞의 이 여자가 겁을 먹고 모래알처럼 흩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속도는 늦춰 조심스럽게 쪼그려 앉았다.
이건 김찬혁에게 너무 익숙한 장면이었다.
지난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침대는 온통 피투성이였고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온세라는 깨질듯한 도자기처첨 위태로워 보였다.
“형수님.”
김찬혁은 호칭을 바꾸고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한테는 얘기할 수 있잖아요.”
온세라는 흔들림이 없었다.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은 사람을 절망에 빠지게 한다.
김찬혁은 마음속의 무력감을 억누르며 애써 위로를 건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악물고 살아야 해요. 형수님에게는 아직 외할머니가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죠? 밥 먹고 힘을 좀 내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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