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온세라의 맑고 순수한 두 눈에 두려움이 살짝 스쳤다.
목을 움츠릴수록 귓가의 숨결이 더더욱 가까워졌다.
“이혼합의서에 사인까지 했으면서 뭣 하러 이렇게 급히 나랑 연회에 참석하러 왔어? 외할머니 뵈러 가는 게 더 낫지. 안 그래?”
온세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르신께서 사인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네 본의가 아니었다고?”
온세라가 고개를 내저었다.
“좋아.”
최서진은 쓴웃음을 짓고는 머리를 홱 돌리고 무언가를 힐긋 바라봤다.
“그럼 말해봐. 오늘 오후에는 어디 가서 누굴 만났어?”
온세라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알아버렸다.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거짓말이야!”
최서진이 그녀의 목을 확 잡았다.
“그 남자가 누군데 몇 번이나 만나러 나갔냐고?!”
온세라는 순간 숨이 막혀서 거칠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왔다.
최서진은 지금처럼 가슴에 울화가 치밀어오른 적이 없다. 그는 분노가 차올라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사흘 전에 처음 구시가에서 그녀가 어떤 남자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모습을 보았는데 그 화면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질 않았다.
온세라는 단 한 번도 최서진의 앞에서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말이다.
그는 미친 듯이 질투가 났다.
감정에 좌우되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사흘 동안 별장에 안 갔고 이런 방식으로 빨리 이성을 되찾으려 했다.
그러던 중 오늘 사인을 마친 이혼합의서를 보았다.
가슴 깊이 짓눌렀던 감정이 한순간 폭발하여 화산이 터지듯 수습이 불가했다.
“마지막으로 기회 줄게. 낮에 만난 그 남자 누구야? 너랑 무슨 사이야?”
온세라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최서진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렇게 시치미 떼면서도 이혼합의서는 본의로 서명한 게 아니라고? 그 남자를 위해서 목숨까지 버릴 판인데?”
“그래, 네 소원대로 해줄게!”
곧이어 온세라는 침대에 힘껏 내동댕이쳐졌고 뒤통수가 침대 머리맡에 부딪혀 너무 아파 눈물이 차올랐지만 그 고통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두려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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