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장
안에 들어서자 최종수는 한창 차를 마시고 있었고 방안에는 중년 여자만 한 명 있었는데 정장 차림에 단정하게 옆에 서 있는 걸 보니 차를 따르는 사람인 듯싶었다.
“어르신, 온세라 씨 오셨습니다.”
집사는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안에서 무덤덤한 대답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온세라를 들여보냈다.
“앉거라.”
그는 연세가 많지만 목소리에 여전히 힘이 넘쳤다.
온세라는 고개를 끄덕인 후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최종수는 그녀를 힐긋 보았는데 흐릿해진 눈빛 속에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 온세라를 향한 자신의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온세라는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줄곧 최종수의 옆에 서 있던 중년 여자가 입을 열었다.
“세라 씨, 걱정 마세요. 제가 대신 통역해드릴 겁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수화 통역사였다.
[물으세요.]
“혹시 네 아버지의 협박을 받고 우리 집안에 시집왔어?”
[네.]
“온재혁은 이걸로 널 협박해서 많은 일을 시켰겠지?”
최종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유유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 입원했다며?”
온세라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
“이유는?”
그녀는 몰래 손을 꼭 쥐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잠깐 입원해 있었어요.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래?”
최종수는 대놓고 못 믿는다는 식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랑 서진이가 함께 지내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너희랑 멀리 떨어져 있고 이젠 나이도 들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를 것 같냐고?”
[그런 뜻 아니에요. 제가 진짜 몸이 안 좋아서 그랬어요.]
온세라가 뭐라 더 해명하려 했지만 최종수는 인내심이 없어진 듯 지팡이를 두드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제단 가서 무릎 꿇어.”
그녀는 흠칫 놀라서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전당을 바라봤다.
매년 가족 연회가 피서 별장에서 열리는 연유로 최씨 일가의 제단도 이곳에 지었다. 한옥과 유럽식 건축물로 어우러진 퓨전 인테리어는 살짝 매치가 안 됐지만 최씨 일가가 그 당시의 전쟁을 겪고도 이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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