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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승객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강원우는 아주 정확하고 날렵한 공격으로 범인의 칼을 뺏었다. 그의 압도적인 포스에 범인도 멍하니 넋을 놓고 제자리에 서서 말까지 더듬었다. “오... 오지 마. 나 미치면 제 몸도 찌를 수 있어. 더 가까이 다가오면 확 자해해버린다!” 그제야 차 안의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이때 강원우가 씩 웃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어쭈? 너 죽고 나 죽게?” “내가 칼 하나 더 챙겼거든!” 범인은 황급히 제 몸을 더듬었고 강원우는 그 틈을 타서 범인의 손목을 확 잡았다. 범인의 힘이 예상보다 커서 강원우는 하마터면 밀릴 뻔했다. 다행히 현재의 강원우는 예전의 강원우가 아니다. 그는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범인과 격렬한 사투를 벌였다. 어마어마한 힘이 범인에게 솟구쳤고 강원우는 마침내 그를 제압했다. 승객들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 함께 범인을 묶어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곧장 현장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상처를 입은 환자를 구급차에 실어서 갔고 경찰은 승객들에게 간단한 조사를 진행했다. 누가 범인을 제압했냐고 물을 때 승객들 모두가 강원우를 가리켰다. 경찰이 상세한 내용을 조사하려고 다가올 때 강원우가 갑자기 외쳤다. “망했다! 곧 수능 시작이야!” 상황파악이 다 된 경찰들은 영웅 소년 강원우를 시험장까지 바래다주었다. 경찰차가 도로를 질주했고 강원우는 차 안에서 바짝 긴장한 채 시계만 들여다봤다. 다행히 마지막 1분을 남겨두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첫 과목은 국어인데 시험장 분위기가 이상하리만큼 긴장하고 억압됐다. 강원우는 좀전의 일을 잠시 잊어두고 침착하게 시험에 임했다. 아침에 버스 안에서 발생한 일은 딱히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후의 수학 시험은 그에게 있어서 가뿐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문제를 하나둘씩 풀어냈고 가장 어렵다던 문제까지 척척 해결했다. 꼼꼼하게 검사를 마치고 종이 친 후에야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을 나섰다. 하루 동안 강원우는 기분이 점점 더 홀가분해졌다. 오늘 그는 시험을 너무 잘 봤다. 저녁에 배진호와 고경표가 그의 집에 놀러 왔다. 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강진시 강변을 거닐었는데 돌멩이를 물에 던지면 물보라가 일면서 아름다운 야경과 어우러져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고경표가 둘에게 수능을 잘 봤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모두 나름 괜찮았다고 답했다. 가고 싶은 대학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둘은 큰 도시에 가서 더 큰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만 고경표는 사관학교에 마음이 쏠린다고 했다. 고요하고 한적한 밤,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배진호가 기분 따라 노래를 한 곡 불렀다. 지난날의 추억과 미래의 기대를 담은 그런 노래였다. 고경표는 그 노래가 너무 재미있어서 곡명을 물었는데 배진호가 거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시간]이야.” 요즘 SNS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곡이라 한번 들었더니 귀에 쏙쏙 박혔다. 고경표가 그 노래에 유독 관심을 들이며 더 깊이 알아보려고 했다. 이를 본 강원우는 본인도 부를 줄 안다고 말했다. 배진호가 뻥 치지 말라고 놀려대자 강원우가 가볍게 웃으면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난 후 배진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대박! 너 언제 이렇게 잘 불렀냐?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네가 원작자인 줄 알겠어!” 강원우는 아무 말 없이 희망찬 눈길로 먼 곳을 바라봤다. 다음날도 그는 자신감 넘치게 한국사와 영어 시험을 다 봤다. 네 과목 전부 기대 이상으로 시험을 잘 본 기분이 들었다. 시험장을 나온 순간 강원우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홀가분한 걸음으로 집에 돌아갔다. 수능이 끝나고 답안이 공개되는 날은 모든 수험생에게 성적이 공개되는 날 못지않게 긴장하고 떨리는 날이다. 강원우는 아침 일찍 강천고에 나와서 답안을 맞춰봤다. 교실에 학생들이 너무 많지는 않았다. 그저 몇몇 학생이 수능 결과가 나쁜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 하도진은 교실을 서성거리면서 학생들의 표정으로 해답을 얻고 싶었다. 아쉽게도 모두가 어두운 표정뿐이었다. 한편 강원우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답안지를 얻어서 구석에 가더니 침착하게 맞춰보았다. 한 문제씩 맞힐 때마다 가슴을 펴고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하도진은 4년제 대학에 붙을 희망이 있는 학생들을 쭉 둘러본 후 우울한 마음으로 강단에 돌아왔다. 지금 이대로라면 전멸이나 다름없다. 그는 열심히 답과 맞춰보는 강원우를 보더니 잠깐 망설인 후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때 수학 선생님이 교실 뒷문에서 걸어왔다. 그 역시도 교실을 한 바퀴 돌다가 강원우 옆에 멈춰 섰다. 대학입시를 한 달 앞두고 전학 온 강원우가 유독 인상이 깊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상 최초 400점에 가까운 성적을 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 강원우의 성적이 단 한 번도 392점을 돌파하진 못했지만 수년간 교육에 종사한 경험으로 왠지 이 아이가 일부러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원우의 실제 공부 실력은 틀림없이 모두를 놀라게 할 것이다. 수학 선생님은 조용히 강원우의 뒤에 서서 그가 답을 맞히는 걸 지켜보았다. 한편 강원우는 답을 맞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시간이 일분일초 흐르고 답을 맞히면 맞힐수록 수학 선생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었다. 차분했던 첫 모습과 달리 충격으로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으니까. 답을 다 맞힌 후 강원우는 기지개를 쭉 켜고 홀가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가 짐작한 점수는 본인의 예상마저 초과해버렸다. “몇... 몇 점 나왔어?” 수학 선생님이 말을 더듬거렸다. 그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쭉 지켜봐 왔는데 오답이 거의 없었다. ‘이게 대체 몇 점이야?’ 수학 선생님은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때 강원우가 차분하게 말했다. “394점 좌우일 거예요.” 사실 그는 일찌감치 계산에 나섰다. 국어 98점, 수학 100점, 한국사 99점, 영어 99점까지 다 합치면 총점은 396점이다. 그저 이 점수가 모두를 놀라게 할까 봐 보수적으로 낮게 불렀을 뿐이다. 하지만... 그 보수적이라는 점수마저 수학 선생님을 충격에 빠트렸다. 선생님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말을 더듬거렸다. “39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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