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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한 쪽에 있던 교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쌓여있었다. "목대표님, 말씀하신 분이 혹시… 심개인가요? 심가네 셋째 도련님입니다. 아마 들어 본 적 있으실 겁니다. 지금 현재 대학교 3학년이고요. 평소에 셋이서 자주 모여 다닙니다." "다시는 그가 남대에, 아니 제도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말이 끝나자 목정침은 무표정으로 돌아섰다. 몇 걸음 뒤 그는 문득 멈추어 섰다."그리고 온연이 남대에서 쓰게 되는 모든 비용은 제가 지원하죠. 익명으로요." 교장은 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네네네, 조심히 가세요." … 수업이 끝난 뒤 온연은 지친 몸을 자전거에 지탱하며 교문밖에 서있었다. 그녀는 심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도리를 아직 그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연아, 너 지금 심개 기다려? 걔 점심에 집에 갔어, 집에 일이 있다고." 진몽요가 다가오더니 가방에서 작은 봉지 하나를 꺼냈다. "자, 이거 걔가 너 갖다주래. 감기약이랑 해열제도 같이있어. 까먹지 말고 꼭 먹어." 온연은 약을 쳐다보기만 할 뿐 손 내밀어 받지는 않았다. "괜찮아, 목도리 좀 대신 전해줘. 나 먼저 갈게." 목정침이 돌아왔으니 그녀는 이제 매일 제시간에 돌아가야 한다. 진몽요는 봉지를 온연의 품속으로 집어넣었다."빼긴 뭘 빼? 너 걔 좋아하는 거 다 알거든? 너 엄청 티 나." 창백한 온연의 볼이 발그레 해졌다. "이상한 소리 그만해! 나 갈게." 그녀는 그렇게 말을 끝내고는 자전거를 밀며 떠났다.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 목정침의 차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그녀와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진몽요가 막 폭언을 퍼부으려는데 온연이 몽요의 입을 급히 막았다. "괜찮아 괜찮아, 너 먼저 가!" 그녀는 유리창 너머 뒷좌석에 앉아있는 목정침의 어두운 얼굴을 보았다. 목정침은 인내심이 별로 없었다. 경적소리가 나자 그녀는 황급히 자전거를 근처에 세우고는 재빨리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앉았다. 진몽요는 순간 멍해졌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차는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차 안에서 온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목정침이 처음으로 자신을 데리러 학교로 온 것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이 상황은 그녀에게 당혹감만 더해줄 뿐이었다. "남자친구 생겼어?" 목정침이 슬쩍 물었다. 온연은 심개가 생각났지만 당황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는 손에 있는 감기약을 꽉 쥐었다. "심개는 아마 다시 안 나타날 거야." 목정침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그녀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온연은 놀란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라고?" 그녀의 반응은 그를 심기를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다. "이번 생에는 속죄만 하고 살아. 다른 거 할 생각하지 마. 연애도 결혼도. 알았어?" 그의 차가운 말투가 얼음 속에 빠진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녀는 갑자기 눈앞의 이 남자가 미워졌다. 대체 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뺏어가는 거야? 차는 빠르게 목가네로 돌아갔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목정침은 그녀가 손에 꼭 쥐고 있는 봉지를 발견했다. "거기서." 온연의 몸은 순간 얼어버렸다.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있던 약봉지는 빼앗겼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묵묵히 뒷문으로 걸어갔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정침은 그녀가 정문으로 드나드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와 마주친다는 이유로. 그는 자신이 보고 싶을 때만 그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녁에 내 방으로 와." 목정침을 그 말을 남기고는 급히 대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워진 그의 얼굴에 경호원들이 무서움에 뒷걸음질을 쳤다. 오직 유씨 아주머니와 임집사만이 집으로 들어오는 그를 맞이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응."그는 담담히 대답하고 계단을 올라서다 또 멈춰 섰다. "앞으로 온연의 아침저녁은 꼭 집에서 먹게 해. 그렇게 약해빠진 모습으로 학대 당한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건가?” "네, 도련님, 제가 아가씨 밥 잘 챙겨드릴게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대답했다. 밤중에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를 도와드리며 주방 청소를 하고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의 차가운 손을 걱정스럽게 만지작거렸다. "됐어됐어, 너 이제 일찍 쉬어, 나 안 도와줘도 돼. 네 손봐. 다 갈라 터졌잖아. 연아, 사실 도련님 너한테 잘해주는거 알지. 고집 이제 그만 부리고, 아직도 도련님을 몰라? 네가 말만 잘 듣는다면 너한테 엄청 잘해줄거야. 아줌마가 거의 키우다시피 해서 잘 알아. 나쁜 사람은 아니야." 온연은 말없이 고집스럽게 손에 있는 일을 했다. 바닥을 닦고 또 닦으면서. 그녀는 그를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목가네는 컸지만 유씨 아주머니의 일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은 결국 끝나게 되어 있었다. 11시 너머까지 버티다가 그녀는 용기를 계단을 올랐다.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에도 그녀는 조심스러웠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고 그녀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말을 듣지 않았을 때의 결말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방안은 불이 커져 있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그녀는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혹시…자?" 그러자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내가 밤중에 오라고 했어?" 그녀의 온몸이 흠칫거렸다. 그녀는 불을 켜려고 주위를 더듬거렸다. 발에 뭐가 걸렸는지 그녀가 비명소리를 지르며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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