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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2분 뒤, 목정침의 차가 다시 출발하자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차가 멈췄을 때 그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도련님…지금 눈이 계속 오는데, 진짜 아가씨 안 태우고 가실거예요? 조금 더 기다려볼까요? 아님 제가 부를까요?" 운전기사인 진락은 조금 걱정되었다. "오지랖." 백미러에 비치는 가냘픈 그녀의 모습을 보자 목정침은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이미 2분이나 기다렸고,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진몽요는 젖은 모습으로 학교에 도착한 온연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눈 오는 날에 자전거 타고 학교 온 거야? 미쳤어? 아침 아직 따뜻해. 따뜻할 때 빨리 먹어!" 온연은 진몽요가 건네주는 두유와 만두를 받으며 살포시 웃었다. 말라 갈라진 입술에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진몽요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너네 엄마 아빠는 너 신경 안 쓰셔? 밥 먹는것도 나몰라라 옷 입는것도 나몰라라, 너 그림 배우라고 학교 보내놓고도 소식 한 번 없지. 너 주워온 자식이야?" "나.. 우리 엄마 내가 어릴 때 재혼하셨어. 우리 아빠는 10년 전에 돌아가셨고.. 부모님이랑 상관없어…" 온연은 말이 끝나자 축축한 외투를 벗고는 따뜻한 두유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태연함이 오히려 사람의 가슴을 후벼팠다. 진몽요는 안쓰럽게 그녀의 젖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해주더니 오늘 드디어 입 열었네. 너같이 예쁜 여자애를 너네 엄마는 가슴 아파서 어떻게 두고 가셨다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그럼 너 지금 누구랑 지내?" 누구랑 지내냐고? 온연은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목정침을 뭐라 소개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오빠라고 불러야 하나? "오빠." 그녀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진몽요는 조금 의혹스러웠다."오빠? 친오빠? 아무리 친척이라고 해도 널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하진 않겠지? 너 이번에 선생님이 사라고 한 물감은 샀어?" 온연은 고개를 내저었다."당분간은 못 사, 다른 방법 생각해 봐야지." 3년 전의 그녀는 맹하긴 했지만 무지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머릿속에 3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의 차가운 말투가 그녀의 입에서 번뜩였다. "언젠가 네가 나한테 비는 날이 올 거야." 나중에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출국을 해버렸고 그녀는 그 후로 한 번도 뭔가를 부탁한 적이 없다. 심지어 목가네에서 밥 한 끼 먹은 적이 없었다. 오직 알바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그의 요구를 더 이상 맞춰줄 수 없었고 그의 환심을 살 수도 없었다. 또 그의 환심을 살 필요도 없었다. 옛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며 괴로워하는 온연의 모습에 진몽요는 마음이 아팠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 순간 온화한 남자의 목소리에 말이 끊겨버렸다. "몽요, 네 귀요미 오늘 왜 이래? 왜 이렇게 기운이 빠져 있어?" 이 말을 한 사람은 심개다. 그는 온연이 이 학교에서 만난 두 번째 사람이다. 제도에는 상류층이 많지 않은데, 진몽요랑 심개는 모두 그 안에 속해있다. 유독 온연만이 부자라는 단어와 상관이 없다. "물감만 아니었으면…" "몽요!" 온연은 소리 내어 진몽요의 말을 끊고는 몽요를 쳐다보며 은근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심개만큼은 자신의 궁핍함을 몰랐으면 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심개는 손을 내밀어 온연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너 열나." 불평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의 손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쓰던 목도리를 풀어 온연에게 둘러주었다. "만약에 너 쓰러지면 우리 몽요가 또 온종일 잔소리한다고." 온연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심장이 아까보다 훨씬 많이 뛰는 것 같았다. 그의 웃음은 구름을 가르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태연했다. 옅은 잔머리가 이마를 덮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은하수를 숨겨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본 사람들 중에서 두 번째로 잘생겼다. 제일 잘생긴 사람은 목정침이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목정침도 그녀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화실 밖의 복도에서 목정침이 온연과 온연옆의 심개를 죽일 듯 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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