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목정침의 사무실에서 여자 목소리가 흐릿하게 흘러나왔다. "미워, 시간 없다고 거짓말이나 하고, 하나도 안 바쁘네 뭐. 나 맘에 드는 가방 생겼는데, 정침 오빠가 사주면 안 돼?"
온연은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목정침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다. 곧이어 그 여자가 방에서 나왔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 지난번 공항에서 만난 그 여자였다.
온연은 그녀의 의기양양한 얼굴보다 그녀가 신고 있던 하이힐에 더 눈이 갔다. 목정침은 그 어떤 사람도 이곳의 평온함을 방해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오는 걸 허락하다니.
"또 너야? 너 정침 오빠랑 무슨 사이야? 난 너랑 모르는 사이인데도 너가 너무 싫어. 귀국하고 나서 정침 오빠 만날 때마다 너 마주쳤어. 짜증나 죽겠어." 심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가 장난처럼 들리게 했다.
"전 그냥 서류 전해주러 온 거예요." 온연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안 궁금해, 아무튼 정침 오빠는 내 거니까. 뺏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황금색의 카드 한 장을 한정판 가방에 집어넣고는 흥하는 소리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
30분이나 기다렸는데도 비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서류만 놓고 가버리고 싶었지만 서류 위에 쓰여있는 기밀이라는 말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목정침은 컴퓨터에 띄워진 CCTV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얼어있었다. 그녀가 밖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두 시간 뒤, 그는 짜증스럽게 노트북을 덮었다. 전화를 치는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너 오늘 휴가라 출근 안 한다고 온연한테 말해. 서류 내방으로 가지고 오라고."
2분 뒤, 온연의 핸드폰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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