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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장

이순이었다. 이순은 늘 이렇게 사라진 듯 사라지지 않았다. 번호를 차단하면 또 새로 번호를 만들고, 이쯤되면 그가 번호를 바꾸는 게 더 나을 법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계속 예군작이 전지인지 알아내지 못 했는데,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미 이 문제를 생각해 봤었지만 또 다른 귀찮은 일들이 생길까 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지금 이순이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는 살짝 망설였다. 만약 진짜라면? 그와 이순은 그래도 정이 있었고, 그저 원하던 대로 발전하지 못 했을 뿐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빠르게 답장했다. ‘오후 3시에 연락해.’   점심은 진몽요와 함께 먹은 뒤 그는 그녀를 데리고 사무실에 와서 낮잠을 재웠다. 그는 계속시간을 확인하며 진몽요가 거의 잠들 때 작게 말했다. “자고 있어요, 3시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요. 금방 와서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게요.”   진몽요는 비몽사몽하게 말했다. “그래요, 다녀와요. 나 자는 거 방해하지 말고요.”   그는 조심스럽게 외투를 걸치고 회사 밖으로 나와 차에 탄 후에 이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항에 그 카페로 와.”   카페는 공공장소라서 시끄럽진 않지만 사람이 적지도 않고 딱 이순을 보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그녀에게 그래도 경계심을 늦추진 않았다.   카페에 도착해서 앉자 이순도 바로 도착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어두워 보이는 색깔을 좋아했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검은 색이었다. 게다가 늘 조용한 모습까지 보면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억눌렸다.   “이렇게 먼 곳에서 만나자고 하시다니, 진몽요씨한테 저랑 만나는 거 들킬까 봐 그러세요?” 이순은 장난식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용건만 말해.” 경소경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순은 웨이터를 불러 커피를 주문한 뒤 본론을 말했다. “제가 꼭 용건이 있어야 하나요? 제가 말했잖아요, 그냥 만나고 싶었다고요. 이제 예군작 밑에서 일도 그만두고, 이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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