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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집으로 돌아온 후, 노은정은 이사 갈 짐정리를 했다. 다리 부상이 있어서 행동이 불편했기에 그녀는 아예 이삿짐센터를 불렀다. 크고 작은 박스들이 거실에 놓여 있고 센터 직원들은 정리한 짐을 하나씩 밖으로 들고 날랐다. 집으로 돌아온 강윤빈은 그 광경을 보고 다급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노은정은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읊었다. “경원 아파트 인테리어 끝난지 좀 됐잖아. 당신 일하는 곳이랑도 가깝고. 거기 이사 가서 살자. 당신도 편하고.” 지난 번 부동산 계약서를 떠올린 강윤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간 그는 소파에 앉아 머릿속으로 새 집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녀에게 부질없는 말을 걸었다. “당신 꽃 좋아하잖아? 나중에 이사가면 베란다에 화분이나 심는 게 어때?” 잠깐의 침묵 후에 노은정이 답했다. “아니야, 됐어. 지금은 별로 안 좋아해.” 강윤빈은 거실 협탁에 놓인 싱싱한 백합을 바라보며 어쩐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분이 안 좋나 싶어 달래주려는데, 그는 뒤늦게 센터 직원이 옮기는 박스에 전부 그의 물건뿐이고 그녀의 물건은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왜 내 짐만 있고 당신 건 없어?” “내 건 이미 다 옮겼지.” 자연스러운 대답에 강윤빈은 그녀가 새 집으로 짐을 옮긴 줄로만 하고 더 캐묻지 않았다. 그는 물 한잔을 들이키며 센터 직원에게 당부하듯 말했다. “스티커 정확히 붙여주세요. 나중에 짐 정리할 때 헷갈리면 곤란하니까.” 노은정은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헷갈릴 리 없어, 강윤빈. 이사 갈 집에는 당신 짐뿐이니까.’ 정리가 끝난 후, 강윤빈은 노은정을 부축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두 사람은 마주오는 유세정, 유성하 남매와 마주쳤다. 강윤빈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크게 당황하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여긴 어쩐 일이야?” 유성하가 웃으며 말했다. “너 새 집으로 이사한다고 해서 세정이가 와보고 싶대. 나도 처음 오는 거라 아저씨한테 주소 물어봐서 왔어. 너 놀래켜준다고 미리 연락을 안 했지.” 반면, 유세정의 시선은 줄곧 노은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아마 눈앞의 여인과 세 번이나 마주쳤던 것 같았다. 한번은 로펌에서, 한번은 술집에서. 여자의 직감으로 유세정은 눈앞의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녀가 웃는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윤빈 오빠, 이 언니 누구야?” 강윤빈은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오히려 노은정이 담담한 표정으로 유세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노은정이라고 해요. 강 변과는 대학교 동창인데 최근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어서 도움을 구하러 왔어요. 마침 이사할 때 와서 그냥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강윤빈은 그 말을 듣고 미안한 눈으로 노은정을 힐끗 바라보고는 그녀가 말한 대로 소개를 했다. 모든 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지만, 유세정은 둘이 뭔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아파트 입구에서 나눌 얘기는 아니었기에 오빠에게 이사하는 거 좀 도와주라고 재촉했다. 그러고는 자신은 노은정에게로 다가가서 친근하게 물었다. “은정 언니는 왜 이혼하려는 거예요?” 노은정은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오는 유세정 때문에 당황했다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남편이 다른 여자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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