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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그날 오후, 노은정은 사용하던 노트북이 갑자기 다운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강윤빈의 노트북을 빌려서 사용했다. 서류를 업로드하는 사이에 갑자기 노트북에 걸려 있던 그의 카톡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그녀는 습관처럼 그것을 클릭했다. 로펌 동료가 보낸 문자였다. “강 변호사, 저녁에 회식할 때 여자친구도 같이 데려오지 그래?” 문자를 확인한 노은정의 손이 멈칫 떨렸다. 결혼한지 3년, 강윤빈은 한 번도 대외적으로 그들의 관계를 공개한 적 없었다. 그의 주변사람들은 모두 그를 싱글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은정이 대놓고 그가 일하는 로펌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을 때에도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노은정은 그가 어떻게 답장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옆에 있던 강윤빈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확인하고 몰래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노은정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회식자리에 나 데려가려고?” 그 질문에는 이제 3년이나 되었는데 공개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뜻이 숨어 있었다. 강윤빈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입만 뻐금거렸다. 갑자기 찾아온 정적이 비수가 되어 노은정의 가슴을 푹 찔렀다. 그녀는 애써 통증을 무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저녁에 약속 있어. 당신이 가자고 해도 아마 시간 내기 힘들었을 거야.” 강윤빈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평소처럼 돌아와서 말했다. “그럼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같이 가자.” 노은정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속으로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 ‘다음? 강윤빈, 우리 사이에 더 이상 다음은 없어.’ 그날 밤, 홀로 회식자리에 나온 강윤빈에게 몇몇 술 취한 동료들이 농을 걸었다. “3년이나 만났다면서 한 번도 여자친구를 데려오지 않다니! 강변, 좀 너무하는 거 아니야?” “우리도 제수씨 얼굴이 궁금하다고! 대체 언제까지 꽁꽁 숨겨두기만 할 거야?” 몇몇 동료들의 부추김 속에 강윤빈은 핸드폰을 꺼냈다. 선택지는 둘이었다. 유세정과 노은정. 잠깐의 머뭇거림 후에 그는 결국 유세정의 연락처를 찾아내서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유세정이 회식자리로 찾아왔다.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모두가 강윤빈에게 안목이 좋다고 칭찬했다. 술이 몇 잔 더 오가고, 엄 변호사는 화장실에 간다며 챙겨온 서류를 강윤빈에게 건네며 아래층에 의뢰인이 왔으니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간단한 도움이었기에 강윤빈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서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엄 변호사가 알려준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다가 익숙한 연락처에 눈을 흠칫했다. 은정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강윤빈은 놀란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급급히 손에 든 서류를 펼치는데 눈부신 헤드라이터 불빛이 전방을 비추었다. 고개를 들고 노은정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손에 든 서류를 흔들며 그녀에게 따지고 물었다. “재산 분할 협의서? 노은정, 이게 뭐 하자는 거지?” 노은정은 여기서 그와 마주칠 것을 몰랐기에 당황했지만, 이내 담담한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은조가 남편이랑 이혼하는데 내가 대신 엄 변호사님을 추천해 줬어.” 강윤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를 자세히 훑어보려는 순간,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손길이 그의 팔짱을 꼈다. “윤빈 오빠, 서류만 전해주고 온다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자연스럽게 몸을 밀착해오는 유세정의 행동에 강윤빈은 순간 당황해서 아내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해명보다는 먼저 다가온 유세정의 손길을 밀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노은정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서 서류를 챙기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감사해요, 강 변호사님.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이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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