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조용히 듣고 있던 노은정의 마음은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유세정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들이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
놀랍기는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
사랑이란 상대가 느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사랑인 것이다.
만약 강윤빈이 그녀를 사랑했다면 그녀가 전혀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유세정의 해명과 권유에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답을 내놓았다.
“그 사람이 세정 씨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든, 아니면 가족애든 제 입장에서는 전처인 나보단 세정 씨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혼을 결심한 거고요. 꼭 세정 씨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 사이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저는 혼인의 본질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던 거죠.”
담담히 사실을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유세정도 더 권유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노은정은 새빨갛게 충혈된 상대의 눈망울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건 저와 강윤빈 사이의 일이고 세정 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우리의 이혼은 이미 기정화된 사실이고 당사자인 제가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놨는데 방광자인 세정 씨가 그렇게 미안해할 이유는 없죠. 모든 걸 내려놓고 세정 씨 삶을 살아요. 우린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어요.”
대화가 끝났지만 유세정은 여전히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오래도록 홀로 앉아 있은 후에야 비로소 노은정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를 내려놓아야 새 삶을 살 수 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히던 안개가 깔끔히 걷히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일어서서 옆 방으로 건너가 문을 열었다.
고요한 방 안에 초췌한 얼굴을 한 강윤빈이 앉아 있었다.
“윤빈 오빠, 괜찮아?”
두 사람의 대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강윤빈의 귀에 전달되었다.
전혀 괜찮지 않지만, 유세정 앞에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애써 담담한 척, 답했다.
“괜찮아.”
하지만 목소리의 떨림은 그대로 유세정의 귀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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