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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도움이 필요해?” 노은정이 고개를 돌리자 관심 어린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강윤빈이 보였다. 그녀는 못 들은 척하고 고개를 돌렸다. 강윤빈은 기죽지 않고 다가와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큰 비가 내린 것이 아마 1년 전이지? 그날 우리 집에서 쉬었었잖아. 당신이 직접 케익도 만들어 줬었는데….” 그는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오갈 데 없는 노은정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듣다 보니 그녀의 머릿속에도 지난날이 떠올라 고요하던 심경에 약간의 기복이 찾아왔다. 비 오던 날 첫 데이트, 대학 생활에서 결혼까지, 강윤빈은 자신의 추억에 잠겨 쓸쓸한 목소리로 주절주절 떠들어댔다. 그의 입을 통해 들은 추억들은 아름답고 재밌는 것들이었지만 노은정에게는 단지 고독함과 쓸쓸한 기억뿐이었다. 참다못한 그녀가 입을 열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렇게 할 일 없으면 내 운전기사나 좀 해주지 그래. 알바 좀 해.” 목적을 달성한 강윤빈은 다급히 그녀를 차로 안내했다. 다시 혼자 만의 시간을 방해받기 싫었던 노은정은 차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강윤빈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노은정은 지갑에서 5만원권 지폐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수고했어. 잔돈은 필요 없어.” 강윤빈도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돈을 건네받았다. “당신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뻐. 나중에도 차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노은정은 그와 더 얘기하기 싫어 차 문을 여는데 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세정이가 당신 연락처를 달라는데 줘도 돼?” 익숙한 이름을 들은 노은정은 예전에 몰래 그녀의 SNS를 염탐했던 것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그 계정은 이미 삭제된 후였기에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증 메시지가 뜨자 노은정은 재빨리 수락했다. 상대가 메시지를 입력 중이라는 메시지창을 보며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왜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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